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2개월 정직’ 징계 처분에 대해 24일 법원이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이자 여권이 ‘사법농단’ ‘법조 카르텔’ 등 극단적인 용어까지 사용하며 사법부를 공격하고 나섰다. 과거 자신들 입맛에 맞는 판결에는 삼권분립을 강조하고 사법부를 적극 옹호했던 것과 정반대다. 남에겐 엄격하고 나에겐 관대한 태도를 보여온 여권이 헌법의 기본정신인 삼권분립에 대해서마저 ‘내로남불'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최인호 수석대변인은 24일 재판 결과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이번 사법부 판단은 행정부가 합법적인 절차에 따라 징계 결정한 엄중한 비위행위에 대한 심각성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당 민형배 의원은 25일 소셜미디어 계정에 “대통령의 재가를 번복하는 재판, 이건 명백한 삼권분립 위반 아닌가”라며 “어떻게 판사 셋이 내린 판단이 징계위 결정보다 합리적일 수 있나. 법관이 보고싶은 것만 보면서 내리는 판결, 이런 것이 이른바 사법농단”이라고 썼다. 신동근 민주당 최고위원 역시”특권 집단의 동맹으로서 형사·사법 권력을 고수하려는 법조 카르텔의 강고한 저항에 대해 강도 높은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을 체계적이고 강력하게 추진해 민주적·시민적 통제를 시스템적으로 구축할 것”이라고 했다.
이같은 여권 인사들의 사법부에 대한 비난은 최근 자녀 입시 비리 등의 혐의로 징역 4년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된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아내 정경심 동양대 교수 재판부터 이어져오고 있다. 23일 재판 결과가 알려진 뒤, 민주당 김종민 최고위원은 “재판 진행 과정 전체에서 검찰에 대한 (법원의) 사법 통제 임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했다. 홍익표 민주연구원장은 KBS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재판부의 선입견이나 예단, 편견이 상당히 작용한 매우 나쁜 판례가 아닐까 생각된다”며 “개인적으로 동의할 수 없는 판결”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과거 여당은 사법부의 판결 결과를 옹호하며 삼권분립을 강조해왔다. 2017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횡령죄, 뇌물죄로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자 더불어민주당은 논평을 내고 “오늘 정의로운 국가를 만들기 위한 사법부의 냉철한 판결을 국민들과 함께 존중한다”고 했었다. 또 2017년 김명수 대법원장(당시 후보자) 지명 당시에도 여당은 “문재인 정부는 삼권분립 정신을 철저히 존중할 것”이라고 했었다.
문재인 대통령 역시 2018년 대법원의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이 나온 뒤 한일 관계가 경색되자 일본 국회의원들을 청와대에 초청한 자리에서 “사법부의 판결이 존중돼야 한다”며 “강제징용 노동자 문제는 사법부의 판결로, 일본도 그렇듯 한국도 삼권분립이 확고해 한국 정부는 이를 존중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