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정직 2개월’ 징계를 결정한 징계위에 위원장 대행으로 참여했던 정한중 한국외국어대학교 법학과 교수가 4일 현 정부의 검찰 수사·기소권 분리형태의 검찰 개혁이 검찰에 대한 보복성을 띠는 것 아니냐는 주장에 동의하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를 반대한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이날 검찰개혁을 주제로 진행된 ‘JTBC 신년특집 대토론’에 출연해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금태섭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과 함께 토론에 참여했다. 정 교수는 지난달 추미애 법무부 장관을 대신해 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 위원장 직무대리를 맡아 윤 총장에 대한 ‘정직 2개월’ 징계를 결정했다.
정 교수의 발언은 검찰 개혁 시기의 적절성에 관한 논의가 진행되면서 나왔다. 금태섭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검찰 최강의 특수부는 문재인 정부에서 생겼다. 윤석열 총장이 말을 잘 듣고 청와대와 관계가 좋을 때 특수부를 강화했다”며 “원전과 조국 일가를 수사하니 ‘원래부터 우리는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하려 했다’며 태도를 바꿨다. 보복성이 없다고 볼 이가 있겠느냐”고 했다. 금 전 의원은 “단순히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하려면 공수처도 필요하지 않다”고도 했다.
그러자 정 교수는 “(보복성이라고 볼 것이라는 의견에) 나도 그것에 동의한다”고 했다. 이어 금 전 의원이 “(정부가) 검찰 수사권과 기소권을 합치다가 지금 와서 검찰 수사 방향에 따라 정권이, 어떻게 말하자면 검찰을 겁박하기 위해 너희 조직을 줄이겠다 이렇게 하는 것 아니냐”라고 다시 말하자, 정 교수는 “당연히 잘못된 거죠”라고 했다.
정 교수는 “공수처 설치는 나도 반대한다”며 “장기적으로는 검찰의 직접 수사를 없애고 경찰 통제에 치중하고, 송치 전이라도 증거 요구 등 수사를 경찰에 요구하고, 경찰의 무혐의 종결권이나 1차 종결권을 없애고 검사는 정권을 기소하고 하면 충분히 되는데 공수처라는 새로운 조직을 만들 필요가 있는가”라고 했다.
이에 공수처 설치를 강하게 주장해 온 더불어민주당 김용민 의원이 당황한 기색을 보이며 “이게 (검찰) 수사권을 박탈하자는 의미”라고 정리하려 하자 손석희 전 앵커가 “옆에 앉았다고 같은 주장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관련 보도가 이어지자 정 교수는 5일 “공수처를 반대한 것이 아니라 김용민 의원이 주장한 공소청(공소 제기 및 유지를 전문으로 하는 기구)에 반대 의견을 낸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JTBC가 공개한 신년토론 녹취록에는 정 교수의 발언에 대해 “공수처 설치는 저도 반대합니다”라고 적혀 있다.
이날 토론에서는 수사권과 기소권을 모두 가진 공수처에 대한 견제 장치가 없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금 전 의원은 “대한민국 검사가 전 세계에서 힘이 제일 셌는데, 그럼 대한민국 검사의 힘을 빼야지 왜 공수처라는 더 센 거를 만드느냐”면서 “공수처가 문제를 일으키면 이제 공공수처를 만들 건가”라고 물었다. 이에 김 의원이 “공수처가 범죄를 저지르면 검사가 수사하면 되고, 범죄를 저지르지 않았을 때는 내부의 윤리규정 같은 것들로 징계를 하거나 하면 된다”고 했다.
다시 금 전 의원이 “검찰은 내부에서 안 된다는데 공수처는 어떻게 내부에서 (견제가) 되냐. 권력기관은 내부에서 안된다”고 반박하자 김 의원은 “수사기관을 통합하는 독립된 감찰 기구를 만들어야 될 때가 됐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