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하태경 의원이 28일 “여성가족부가 내부에서 발생한 성희롱 사건을 비공식 조사한 뒤 서둘러 징계한 사실이 밝혀졌다”며 “징계 이후 피해자는 개인 사유로 퇴사했는데, 가해자는 성폭력 방지 부서에 재배치돼 승진했고, ‘성폭력 방지 캠페인 영상’에도 직접 출연했다”고 밝혔다.
하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여가부는 사건의 은폐·축소를 막기 위해 성폭력 예방 지침을 마련하고 모든 기관에 그 기준을 준수하도록 하고 있는데, 정작 자신은 그 권고를 어긴 것”이라면서 이렇게 말했다.
하 의원이 여가부로부터 제출받은 ‘공무원 성비위사건 자체조사 결과보고’ 문건을 보면 가해자 A씨는 피해자 B씨를 포옹하고 이후에도 B씨에게 성적 불쾌감을 느끼게 했다. 여가부는 A씨를 견책 처분했고, 열흘 뒤 B씨는 개인사유로 퇴사했다. 여가부와 하 의원은 구체적인 조사 내용은 피해자 보호 등을 이유로 밝히지 않았다.
하 의원은 해당 여가부의 자체 조사가 ‘여성가족부 성희롱·성폭력 예방지침’(이하 지침)의 공식 조사 절차를 따르지 않은 비공식 조사였다고 지적했다. 하 의원은 “지침에 따르면 내부 성폭력 사건은 민간 외부전문가를 포함하는 독립적인 조사·심의위원회에서 처리하게 돼 있다”며 “직장 내 성폭력을 자체 조사하면 내부자나 위계 구조 때문에 사건을 은폐·축소·조작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하 의원은 “여가부에 ‘왜 지침을 따르지 않았느냐’고 하니 ‘피해자가 조사 중지를 요청했기 때문에 지침대로 할 수 없었다. 내부 조사를 했다’ 이렇게 답했다”며 “피해자가 조사 중지를 요청하면 내부 조사를 하는 게 아니라 조사 중지를 해야 한다. 뭔가 은폐하고 축소하려고 했던 그런 의도가 있었다는 것”이라고 했다. 피해자가 조사 중지를 요청했는데, 지침과 다른 자체 조사를 계속했다는 것이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취지다.
하 의원은 “가해자 A씨가 견책 징계를 받게 된 이후 성폭력 방지 부서에 배치됐다”며 “그리고 여기에서 1년 6개월 만에 승진했다”고 밝혔다.
이어 “여가부 공식 홈페이지에 가해자 A씨가 직접 출연한 성폭력 방지 캠페인 영상이 버젓이 공개돼 있었다”며 “피해자에게는 심각한 2차 피해를 줄 수도 있다. 공식 심의위가 개최됐다면 이 문제는 충분히 예방할 수 있었다”고 했다.
하 의원실은 해당 영상에 대한 게시 중단을 요구했고, 28일 오전 현재 게시가 중단된 상태다.
하 의원은 “성희롱․성폭력 사건을 가장 모범적으로 처리해야 할 정부 기관이 치부를 들킬까 봐 온갖 편법을 동원해 사실상 은폐했다”라며 “여가부는 도대체 무슨 낯으로 다른 기관에 ‘여성 보호’와 ‘성폭력 예방’을 지휘할 수 있겠느냐”고 했다.
여가부는 이날 설명자료를 내고 “해당 사건은 형사처벌 대상인 성폭력사건이 아니고, 부서원 간에 발생한 성희롱 사건”이라며 “당초 제3자의 익명 제보에 의해 최초 인지하게 됐고, 피해자가 성희롱 고충심의위원회 회부를 원치 않음에 따라 자체감사를 통해 처리됐다”고 했다.
이어 “피해자 의견을 반영해 조속히 행위자(가해자)와 분리 조치하고, 공정하고 객관적인 조사를 위해 외부 전문가 자문을 얻어 조사를 완료해 행위자에 대한 징계의결을 요구했고, 징계위원회에서 징계처분을 결정했다”며 “사건 이후 행위자의 인사발령과 관련해서는 징계에 따른 승진제한기간이 만료된 점, 복무기간 등을 고려하여 조치한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