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은 27일 법원의 주호영 비상대책위원장 직무정지 결정에 대한 후속 조치를 논의한 결과, 당헌·당규를 고쳐 새로운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했다. 법원이 국민의힘 당헌을 근거로 당 상황이 비대위 설치 요건인 ‘비상 상황’이 아니라고 판단한 만큼 해당 당헌을 바꾸고 다시 비대위를 꾸리겠다는 것이다. 이준석 대표 측은 “비대위 체제를 유지하면 추가 가처분 신청을 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의원총회 이후 새 비대위 구성 등 4가지 결의 사안이 담긴 입장문을 발표했다. 국민의힘은 입장문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윤 대통령 측근을 ‘개고기’ ‘양두구육’ ‘신군부’라고 비판한 이준석 대표에 대한 추가 징계를 촉구했다. 당내에서는 “주류 세력이 이 대표를 제명하려는 수순에 접어든 것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권성동 원내대표의 거취에 대해서도 논의가 오갔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국민의힘은 입장문에서 “원내대표의 거취는 이번 사태를 수습한 후 의원총회의 판단에 따르기로 했다”고 밝혔다. 당 관계자는 “권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 직무대행’ 역할을 맡아 새 비대위 구성을 주도하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당내에서는 “모든 것은 빈대(이 대표) 때문이니 초가삼간 다 태우더라도 빈대만 잡으면 된다는 당”(최재형 의원) “권성동 원내대표 자진 사퇴가 사태 수습의 첫 단추”(김태호 의원) 등의 비판이 연이틀 이어졌다.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은 28일 고위당정협의회에서 “오로지 국민만 바라보고 국민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했지만, 아직 일부 국민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점이 있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당헌·당규를 바꿔 새롭게 비대위를 구성하기 전까지는 기존 비대위 체제를 유지하기로 했다. 법원이 주호영 비대위원장의 직무정지만 결정했기 때문에 당 전국위와 상임전국위 결의에 따라 탄생한 비대위는 존속한다는 것이다. 또한 주 위원장이 직무정지 전 임명한 비대위원 8명의 법적 지위도 유지된다고 판단했다. 국민의힘은 입장문에서 “지난 비대위 구성으로 최고위가 해산됨에 따라, 과거 최고위로 복귀는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향후 개정할 당헌·당규에 비대위 구성 가능 요건으로 ‘최고위원 절반 이상 사퇴’나 ‘선출직 최고위원들의 사퇴’ 등 구체적인 조항을 넣을 계획이다. 기존 당헌은 ‘당대표 궐위’나 ‘최고위원회 기능 상실’에 준하는 사유가 발생했을 때만 비대위 설치가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최고위원 과반이 사퇴한 현 상황에서도 비대위를 꾸릴 수 있도록 조항을 추가하겠다는 것이다. 당헌·당규 개정은 권성동 원내대표가 조만간 의원총회를 다시 열어서 의원들과 논의하기로 했다.
새로 꾸려지는 비대위 위원장과 위원 구성에 변화를 줄지는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주호영 비대위원장은 의원총회 직후 ‘새로 구성되는 비대위원장을 맡느냐’는 질문에 “그거는 모르죠”라고 답했다. 한 비대위원은 통화에서 “주호영 위원장이 현 사태에 책임이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위원장을 다시 맡는 것이 적절하다고 본다”며 “’그 나물에 그 밥’이라는 비판을 받지 않으려면 비대위원 구성에는 일부 변화가 필요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국민의힘은 또한 법원의 비대위원장 직무정지 결정에 따른 후속 조치를 취하면서도 이의 신청과 항고 등의 절차는 계속 밟아가기로 결의했다.
이런 가운데 비대위원인 엄태영 의원은 28일 비대위원직 사퇴 의사를 밝혔다. 엄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주호영 위원장이 법원 결정을 수용하기로 했으니 나도 같이 비대위원직을 그만두겠다”며 “다른 비대위원들의 거취는 각자 결정할 일”이라고 했다. 국민의힘은 29일 비대위 회의를 열고 새 비대위 출범을 위한 절차를 논의할 예정이다. 박정하 수석대변인은 이날 ‘주호영 비대위원장을 대신해 누가 회의를 주재하느냐’는 질문에 “내일 회의에서 자체적으로 비대위 안에서 선출하는 절차를 밟을 것 같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