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 기획에 관여한 혐의로 구속된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계엄 전 수차례 찾아갔다는 무속인 이선진씨가 4일 국회 비상계엄 국정조사특위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이씨를 증인으로 채택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이씨를 상대로 노 전 사령관에게 무슨 점괘를 봐줬는지, 계엄과 관련한 얘기가 있었는지, 굿을 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물었다. 그런데 야당은 이날 청문회에 정작 노 전 사령관은 부르지 않았다. 국민의힘은 “윤석열 대통령이 점을 보고 비상계엄을 했다는 식의 무속 프레임을 씌우는 정치 공세를 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무속계에서 ‘비단 아씨’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이씨는 이날 오전부터 국회에서 열린 비상계엄 국조특위 2차 청문회에 참석했다. 이씨는 김선호 국방부 장관 직무대행 등 다른 증인들과 함께 증인 선서를 했다.
민주당 한병도 의원은 “여기 오는 걸 결정하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 참석해 줘서 감사하다”면서 신문(訊問)을 시작했다. 한 의원은 “(노 전 사령관이) 배신자 색출을 위한 군인 명단을 제시하면서 점괘를 의뢰했다고 하는데 그런 적 있나” “(군인 명단을) 펜으로 적어 왔나 문서로 가져왔나” “비상계엄과 관련한 이야기는 없었나” 같은 질문을 했다. 이에 이씨는 노 전 사령관이 점괘를 의뢰한 건 맞지만 비상계엄과 관련한 이야기는 없었다고 했고, 군인 명단은 펜으로 적어 왔다고 답했다. 한 의원이 “(노 전 사령관이) ‘배신할 사람이 누구냐’고 물었단 건가”라고 하자, 이씨는 “‘나와 뭔가 함께했을 때 끝까지 따라올 수 있는지’를 많이 물어봤고, 군인들마다의 운을 많이 물어봤다”고 답했다.
민주당 민병덕 의원은 이씨에게 “굿도 하느냐, 노 전 사령관이 굿은 요청하지 않았냐”고 물었고, 이씨는 그런 일은 없었다고 했다. 같은 당 부승찬 의원은 “노상원이 말한 ‘배신할 것 같은 인물’은 기억이 날 것 같은데”라며 웃자, 이씨는 “이름이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고 했다. 노 전 사령관은 2018년 전역 후 경기 안산에서 여성 2명과 함께 ‘아기 보살’이라는 신당을 운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가 청문회에서 진술한 내용은 그가 비상계엄 사태 직후 언론 인터뷰에서 말한 내용과 대동소이했다. 그런데 민주당은 이씨에게 점을 봤다는 노 전 사령관은 이날 증인으로 채택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에선 “‘무속 계엄’ 프레임을 만들려는 것이 민주당 의도 아니냐”란 말이 나왔다.
이날 청문회에선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이 계엄 당시 국회 본관 건물 안에서 ‘의원’이 아니라 ‘요원’을 끌어내라고 지시했다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주장을 반박했다. 하지만 곽 전 사령관은 이날도 진술이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거듭 해명을 요구했다. 곽 전 사령관은 민주당 김병주 의원의 관련 질문에는 “국회의원을 끌어내라고 두 분(윤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 장관) 다 말씀하셨고, 작전 요원들 철수하는 상황도 있었다”며 “그래서 그 상황이 두 가지 팩트가 맞는다고 말씀드린 것”이라고 했다. 이후 국민의힘 곽규택 의원이 “그러면 ‘요원을 빼내라’고 한 것은 누구한테서 들은 이야기냐”고 묻자, 곽 전 사령관은 “그것은 듣지 않았다. 제가 판단해서 (12월 4일 오전) 1시 9분에 철수시킨 것”이라고 했다. 특위 국민의힘 간사인 한기호 의원은 “오늘까지 특위를 운영하면서 여기 있는 위원들이 새로운 사실을 얼마나 찾아냈는가, 새로운 게 무엇이 있는가”라며 “진짜 진실을 규명하려고 하는 거냐, 정치 공세를 하려고 하는 것이냐”고 했다.
국민의힘 임종득 의원은 곽 전 사령관이 비상계엄 선포 사흘 뒤 민주당 김병주 의원 유튜브에 출연해 계엄 관련 경위와 사과 입장을 밝히는 인터뷰를 한 것을 두고 “김 의원이 군사령관일 때 곽 전 사령관은 중요 참모였다”고 했다. 임 의원은 지난해 12월 10일 곽 전 사령관이 국회 국방위에 출석한 뒤 별도 공간에서 민주당 의원들과 따로 만난 사실을 공개하면서 “곽 전 사령관이 (그 자리에서) 회유당했다는 제보가 있다”고 했다. 그러자 곽 전 사령관은 “절대 그런 적 없다”고 했다.
한편, 이완규 법제처장은 이날 청문회에 출석해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이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을 보류한 데 대해 “정당한 권한 행사”라고 했다. 이 처장은 “헌법재판소는 국회의 입법 활동을 통제하는 기능이 있기 때문에, 일반 다수당의 단순 과반수로 뽑아선 안 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