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과천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청사. /뉴스1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간부들의 자녀·친인척 특혜 채용이 잇따라 벌어진 것은 선관위가 다른 공무원들이 부러워하는 이른바 ‘신의 직장’임을 방증한다. ‘감사 사각지대’에 있고, 업무 강도가 낮으면서 승진도 빠르다는 것이다.

선관위는 ‘독립된 헌법기관’이라는 점을 내세워 감사원의 직무 감찰 등 외부 감사를 받지 않는다. 해마다 한 차례 국회 국정감사를 받지만, 이 역시 다른 정부 부처에 비해 강도가 크게 떨어진다. 선관위를 감사하는 국회의원들이 평소에는 선관위의 감시와 단속을 받는 ‘을’이기 때문이다. 선관위를 소관 기관으로 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활동했던 한 의원은 “선관위에 밉보였다가 선관위가 단속을 더 엄격하게 하면 지역구 활동을 하는 데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선관위는 선거법 위반 행위에 대해 과태료 부과, 고발, 수사 의뢰 등을 할 수 있다.

선관위는 국회의 자료 요구에도 잘 응하지 않는다. 국회 행안위 소속 한 의원실 보좌관은 “선관위 채용 비리가 처음 불거졌을 당시 의원들이 직접 선관위 담당 과장에게 전화를 해서 자료를 달라고 했는데도 상당히 비협조적으로 나왔다”며 “요즘엔 대통령보다 국회가 더 세다고들 하지만 그런 국회의원들을 상대로 ‘갑’ 행세를 하는 게 선관위 직원들”이라고 했다.

선관위는 선거가 없는 해에는 업무 강도가 낮다. 그런데 선거를 앞두고는 휴직자가 대거 발생하는 일이 관행처럼 굳어졌다. 선거철에 잦아지는 야근과 주말 근무를 피하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그럼에도 선관위는 “선거를 회피하는 것이 아니라 선거 관리 업무와 병행하기 어려운 성격의 휴직(육아·질병·가족 돌봄)이 주를 이루는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별다른 개선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앞서 선관위는 선거철 대규모 휴직으로 발생한 공백을 메우기 위해 경력 채용 규모를 확대했고, 그 과정에서 선관위 고위직 자녀 다수가 뽑히는 특혜 채용 비리가 발생했었다.

선관위는 일반직 공무원보다 승진 속도가 빠르고, 고위직의 비율도 높고 재직 기간도 길다. 통상 일반 지방직 9급 공무원이 ‘간부급’인 5급으로 승진하려면 30년 가까이 걸리는데, 선관위 9급 공무원은 20년이면 5급 승진이 가능하다. 3급 이상 고위직으로 재직하는 기간도 2023년 기준 중앙행정기관의 경우 평균적으로 6년 3개월인 데 반해, 선관위는 10~14년이었다. 또한 재외국민선거로 해외 파견 근무 기회가 확대된 점도 선관위 근무의 장점으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