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선고를 하루 앞둔 지난 4월 3일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용산빌딩 전경. photo 이건송 영상미디어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 선고 3개월 전부터 서울 여의도 용산빌딩에 대선 캠프를 꾸린 것으로 확인됐다.

주간조선 취재 결과, 민주당 측은 지난해 12·3 비상계엄 사태가 일어난 직후인 지난 1월 여의도 용산빌딩 8·9층 사무실을 계약했다. 이후 지난 3월 입주를 시작해 현재는 대부분의 입주 절차를 마쳤다. 일부 당직자들은 이곳에 상주하며 업무를 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여의도 용산빌딩은 유력 정치인들이 선거철마다 둥지를 트는 장소로, 정치권에서는 ‘선거 명당’으로 통한다. 국회의사당 바로 앞에 위치해 정치권과의 물리적·심리적 거리가 가깝고, 대형 캠프 운영이 가능한 넉넉한 공간이 특징이다. 대표적으로 이명박 전 대통령이 2007년 대선 캠프, 홍준표 당시 국민의힘 경선 후보가 2021년 대선 캠프를 꾸렸었다. 이 빌딩 5층에는 민주당 서울시당 사무실이 있으며, 민주당 중앙당사와는 약 200m 거리에 위치한다. 정치권에서는 이재명 대표가 대선 출마선언 뒤 이 사무실을 사실상의 캠프로 활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민주당 사정에 밝은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에서 3주 전에 당 상설위원회 위원장들에게 ‘곧 있으면 대선이니 이제 용산빌딩에서 일하면 된다’고 했고, 일부 상설 위원장들이 ‘대선 근무할 사람 신청받는다’고 하면서 근무지에 용산빌딩을 추가했다. 당의 공식위원장(전국 상설위원회)은 기본적으로 경선을 뛰지 않고, 본선만 뛰는 사람들이다. (용산빌딩이) 이재명 대표 대선 캠프라고 해석이 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 사무실을 이 대표 경선과 본선 캠프로 쭉 사용할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정치권 관계자는 “(용산빌딩을 민주당이) 계약한 것은 이미 이재명 대선 캠프용이라는 게 공공연한 비밀”이라며 “당은 공식적으로 소통국이라고 했지만, 민주당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캠프라고 얘기했다”라고 전했다.

탄핵 선고를 하루 앞둔 지난 4월 3일 서울 여의도 용산빌딩 9층에 더불어민주당 로고가 붙어 있다. photo 김용재 영상미디어 기자

“이재명 경선·본선용 캠프로 사용할 것”

한 비명계 관계자는 “이재명 대표가 이미 거의 (대선 후보가) 된 걸로 확신하고 큰 사무실로 구한 걸로 안다. 경선을 하더라도 어차피 예비후보 사무실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구해야 하는 것이다. 명당이 있으니 미리 선점하기도 한다”라고 전했다. 또 다른 비명계 인사는 “당연히 (대선 캠프용) 사무실을 꾸리고 있을 것이다. 해당 건물은 2021년도 대선 때 이재명 선대위 사무실로도 쓴 곳이다”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비명계 관계자는 “(탄핵) 인용이 이미 다 됐다고 생각하고 출마를 준비하는 사람들은 다들 대선 사무소 계약을 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해당 빌딩 부동산 등기를 확인해보니 8층은 지난 3월 11일에 전세권설정등기가 말소됐고, 9층은 계약사항이 없었다. 해당 빌딩 관계자는 8·9층이 이재명 대선캠프 사무실이 맞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맞다. 3개월 전 계약한 것이고, 실제 사용한 것은 1개월 전부터다”라고 전했다.

지난 4월 3일 기자가 방문한 해당 빌딩 8층에는 정수기, 커피머신, 업소용 냉장고, 컵라면, 비데 등 각종 집기가 마련돼있었고, 좀 더 고급스러운 무늬의 벽지로 꾸며진 9층에는 ‘더불어민주당’이라는 로고가 크게 붙어 있었으며 비슷한 집기들이 마련되어 있었다. 8·9층 모두 대형 사무공간과 4개 이상의 대형 회의실이 마련돼 있었으며, 민주당 회의 예약 시스템 안내문과 함께, 회의실마다 ‘더불어민주당 회의실’이라는 표식이 붙어 있었다.

해당 빌딩 인근 상인은 “2~3주 전부터 빌딩 입구에 바리케이드가 쳐지고, 토요일마다 경찰 7명 정도가 대기했다. 탄핵 선고일인 4일 오전에는 7시 30분 전부터 경찰이 4~5명씩 대기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기자가 확인해본 결과, 탄핵 선고 직전인 지난 3일 저녁에도 빌딩 입구에는 서울 경찰청 소유의 바리케이드가 놓여 있었다. 4일 탄핵 선고 직후에는 빌딩 입구에 경찰 4명이 대기했다. 대선캠프 사무실로 알려진 8층과 9층에는 경찰 인력 각각 2명씩이 상주하고 있었다. 반면 같은 건물 5층인 민주당 서울시당 사무실 앞에는 경찰이 대기하지 않았다.

또한 지난 3일 밤 시간대에는 민주당 제주시당 관계자가 이 빌딩을 방문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오전 이재명 대표는 제주도 제주4·3평화공원을 방문해 4·3희생자 추념식에 참여하고, 오후에는 다시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 참석했다. 이 관계자는 이 대표의 스케줄과 비슷한 시간대에 제주에서 서울로 출발했고, 탄핵 선고날 광화문 앞 서울 투쟁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관계자는 “윤 대통령 탄핵 이후에 대선 준비로 시간이 많이 없기 때문에 (미리 준비를 했다). 오늘 탄핵이 됐고, 본격적으로 대선으로 넘어가야 하기 때문에 필요한 조치였다고 생각된다”며 “지난 대선 준비 과정에서도 당사 공간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용산빌딩을 빌렸었다”고 설명했다.

민주, “정당 차원에서 대선 준비하는 것”

민주당 공보국은 해당 사무실에 대해 “민주당이 정당으로서 대선을 준비하는 차원”이라며 “이재명 캠프랑 정당은 별개의 가동이고, 이재명 캠프는 아니다”라고 했다. 이어 “용산빌딩에는 홍보국, 소통국, 자치분권국, 비전실, 청년국 등 실제 사무처 직제에 편성돼 있는 정당 부서들이 들어와 있다”라는 입장을 밝혀왔다.

또한 “민주당 기존 당사 공간이 협소하다. 당사를 확장하는 차원에서 (용산빌딩) 8층과 9층을 대여한 것이다. 확장의 이유는 대선이라는 변수가 생겼기 때문이다. 계엄 이후에 탄핵이 되면 대선이 곧장 들어오게 되니, 당으로서는 대선 준비를 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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