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 이임식서 직원들에게 ‘감사의 하트’ - 8일 사임 의사를 밝힌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이 세종 정부청사에서 열린 장관 이임식에서 부처 직원을 향한 감사의 의미로 ‘하트’ 모양을 만들고 있다.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 파면으로 치러지는 21대 대통령 선거일이 6월 3일 화요일로 확정되자 국민의힘 등 범보수 진영의 대선 주자급 인사들이 줄줄이 출마 선언에 나섰다.

정부는 8일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서 6월 3일을 조기 대선일로 지정하는 안건을 의결하고 선거일을 임시 공휴일로 지정했다.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사의를 표명하고, 이후 기자들과 만나 국민의힘 경선에 참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김 장관은 9일 국회에서 출마를 선언할 예정이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서울 광화문광장 이순신 동상 앞에서 출사표를 던졌다. 안 의원은 “저는 누구보다 깨끗하고, 인공지능 산업 발전과 의료 대란 해결을 위한 적임자이며, 중도 소구력이 가장 큰 후보”라며 “대한민국의 미래를 더 이상 과거를 바라보는 검사, 법률가 출신에게 맡겨서는 안 된다”고 했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는 10일 국회에서 출마 선언을 하겠다고 밝혔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14일 서울 여의도에서 대선 출마를 선언하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번 주말,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은 다음 주 중 공식적으로 선거전에 합류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개혁신당 대통령 후보로 선출된 이준석 의원은 이날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대선 예비 후보로 등록했다.

◇국힘, 선관위 첫 회의도 전에 ‘경선룰’ 신경전

국민의힘에선 이번 대선 경선에 20명 안팎이 참여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한덕수 권한대행이 대선에 출마할 수 있다는 변수까지 불거져 주요 주자들이 출마 선언을 서두르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래픽=박상훈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은 계엄·탄핵 국면에서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범보수 진영 인사 중 차기 대선 주자 지지도 1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출마에 대해선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아왔다. 그런 김 장관이 윤 전 대통령 탄핵 나흘 만인 8일 장관직을 던지고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조기 대선 일정이 확정되자마자 대선 레이스에 뛰어든 것이다. 국민의힘에선 김 장관 출마를 계기로 주요 주자의 출마 선언이 더 빨라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김 장관은 이날 사의 표명 직후 기자들과 만나 “국민들께서 (제 출마를) 원하는 분도 있고, 여러 국가적 어려움을 해결해야 될 책임감도 느껴서 사임하고 출마를 하게 됐다”고 했다. 김 장관은 “국난으로 경제도 어렵고 국민이 굉장히 힘들어한다”며 “국태민안(國泰民安·나라가 태평하고 백성이 편안함)을 위해 온 정치권과 국민이 단합해 국난을 극복하고 위대한 대한민국이 발전하도록 힘을 모으겠다”고 했다.

이순신 장군 동상 앞에서 대선 출마 선언 -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8일 서울 광화문광장 이순신 장군 동상 앞에서 대선 출마를 선언하는 기자회견을 했다. /남강호 기자

김 장관에 이어 안철수 의원은 이날 ‘정직한 국민의 시대. 국민 통합 시대 교체’란 슬로건을 내걸고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안 의원은 “국민은 이재명 민주당에 정권이 넘어갈까 두려워하고 있다”며 “이재명을 넘어 승리할 수 있는 유일한 후보인 저를 선택해 달라”고 했다. 안 의원은 “박정희 대통령의 경제개발 5개년 계획처럼 신 경제개발 5개년 계획으로 국가적 투자를 하겠다”며 “연금·교육·노동·의료·공공의 5대 개혁을 통해 미래를 준비하겠다”고 했다. 안 의원의 대선 도전은 18~20대 대선에 이어 이번이 네 번째다.

한동훈 전 대표는 10일 국회 본관 앞 계단에서 출사표를 던진다고 밝혔다. 한 전 대표 측 인사는 “국회는 한 전 대표가 작년 12·3 비상계엄 사태 때 앞장서서 계엄 해제를 이끌어냈던 ‘헌정 질서 수호’의 상징과 같은 곳”이라며 “출마 선언에서는 개헌, 국민 통합, 미래 비전 등을 주로 내세울 것”이라고 했다. 14일 출마 선언을 예고한 홍준표 대구시장은 이날 대구시 출입 기자 간담회에서 ‘독선적 이미지가 있다’는 질문에 “독선 없이 여론에 따라가는 지도자는 지도자가 아니다”라며 “문수 형(김문수 장관)은 탈레반(이슬람 원리주의 무장 세력)이다. 나는 다르다. 유연성이 있다”고 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번 주말 출마 선언을 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음 주 중 출마 선언을 할 것으로 알려진 유승민 전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대공황의 폭풍 속에서 한국 경제를 살리고 다시 성장으로 가는 경제 리더십, 준비된 경제 대통령만이 해낼 수 있다”며 사실상 출마를 공식화했다. 이정현 전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출마를 선언했고, 유정복 인천시장과 이철우 경북지사는 9일 출마 기자회견을 한다.

이런 가운데 국민의힘 대선 경선 선거관리위원회는 9일 첫 회의를 열고 경선 일정과 규칙 등을 논의한다. 선관위는 이 회의 직후 경선 후보 등록 기간을 공고할 예정이다. 국민의힘 경선 참여자는 10명을 넘겨 20명 안팎에 이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당내에서는 1차 컷오프(예비 경선)에서 4명, 2차 컷오프에서 2명을 추려 본경선을 양자 대결로 치르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2021년 대선 경선 때는 1차 컷오프에서 8명, 2차 컷오프에서 4명으로 압축해 본경선을 했다. 국민의힘 당헌은 대통령 후보자는 일반 국민 여론조사와 당원 투표를 50%씩 반영해 선출하고, 여론조사는 국민의힘 지지자와 무당층만을 대상으로 실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만 컷오프 단계에서는 선관위 재량으로 국민 여론조사와 당원 투표 비율을 조정할 수 있다.

국민의힘 주자들 사이에선 벌써부터 경선 룰을 둘러싼 신경전이 벌어졌다. 일반 국민 여론조사에서 상대적으로 지지율이 높게 나오는 유승민 전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진정 이재명을 이겨야 한다면 민심이 원하는 후보를 내세워야 한다”며 “당 선관위와 지도부에 완전 국민 경선을 촉구한다”고 했다. 안철수 의원은 “시스템을 잘 설계해서 (민심·당심 비율을) 5대5가 아니라 (민심 비율을) 좀 더 높여야 한다고 본다. 8대2도 좋다”고 했다. 홍준표 시장은 당내 경선 구도와 관련해 “4자 경선을 하고 난 뒤 당내 수습은 당에서 해야 한다”며 “양자 경선은 대선을 모르는 멍청이가 하는 짓으로 대선을 말아먹자는 것”이라고 했다. 한 전 대표 측 인사도 “양자 경선은 당내 분열과 갈등의 골을 더 깊게 할 우려가 크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