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이 4일 열린 국회운영위원회 청와대 국정감사에서 ‘광화문 집회’ 주최자 측을 가리켜 “살인자”라고 했다.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집회를 계기로 코로나 바이러스가 재확산했고, 사망자까지 발생했다는 것이다. 야당이 “반(反)정부 집회한다고 해서 국민이 살인자가 되느냐”고 반발하면서 국정감사는 파행을 거듭했다.
국민의힘 박대출 의원은 이날 광복절 집회 당시 경찰의 차벽 사진을 들어 보이며 “‘문재인 산성(山城)’을 보면 소름이 돋는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경찰이 버스로 밀어서 집회 참가자들을 코로나 소굴에 가둬버렸다”며 “정부 입장에서 안 나왔으면 좋겠지마는 이미 나온 국민들까지 이렇게 가둬서 감염 위험도를 높여서야 되겠느냐”고 물었다.
이에 노 실장이 격앙된 목소리로 “지금 불법 집회 참석한 사람을 옹호하는 겁니까”라고 되물었다. 민주당 소속의 김태년 운영위원장이 중재에 나섰지만 노 실장은 “아니, 말씀을 드리겠습니다”라면서 답변을 이어갔다. 이어 “허가되지 않은 집회 때문에 경제 성장률만도 0.5% 하락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보고 있다”며 “광화문 집회에서만 확진자가 600명 이상이 나왔다”고 했다. “광화문 집회로 7명 이상이 죽었는데 그걸 지금 옹호하느냐”면서 계속해서 따졌다.
민주당 의원들도 “도둑놈을 옹호하는 것”이라며 거들었다. 박 의원이 “불법 집회 한다고 국민이 도둑놈이냐”고 맞받아치자, 노 실장은 “도둑놈이 아니라 살인자입니다, 살인자. 이 집회 주동자들은!”이라고 고함을 지르기도 했다.
박 의원은 거듭 “에버랜드 놀러가신 분들도, 민노총 집회 간 사람도 살인자란 말이냐”고 물었다. 노 실장도 “거기서는 사망자가 발생하지 않았다”면서 물러서지 않았다. 두 사람의 설전이 이어지자 여야(與野) 의원들도 저마다 고성을 지르기 시작했다. 제대로 된 질의가 불가능해지자 김태년 위원장은 정회를 선포했다.
노 실장은 발언 2시간 만인 이날 저녁 오후 8시 40분쯤 회의가 속개된 뒤 “살인자라는 표현은 과했던 것 같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하지만 속개된 회의에서 국민의힘 곽상도 의원이 “코로나 초기에 중국인 입국을 막지 않은 사람들도 살인자라고 불러야 하느냐”고 묻자, 노 실장은 “논리가 견강부회 같다. 광화문 집회는 불법이지 않느냐”고 반박했다.
여야 의원들은 이에 앞선 오전 질의 시간에는 민주당의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후보자 선출 문제로 충돌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당 대표 시절 도입한 ‘중대한 잘못 했을 때 무공천’ 당헌(黨憲)을 민주당이 사실상 폐기했다는 야당 의원 질의가 나오면서부터다.
국민의힘 김정재 의원이 “그토록 자랑하던 혁신안이 이낙연 민주당 대표에 의해 하루아침에 폐기됐지만 대통령은 침묵하고 있다.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 민주당이 후보를 내는 게 맞느냐”고 묻자 회의장은 소란스러워졌다. 민주당 문정복 의원은 “노 실장님 답변하지 마세요!”라고 외쳤다. 다른 민주당 의원들도 “질문 같은 질문을 해야지!” “(이런 질문은) 이낙연 당 대표한테 해!”라며 집단 반발했다.
야당은 문 대통령이 ‘선택적 침묵’을 한다면서 비판을 이어갔다. 문 대통령이 김학의·장자연·버닝썬 사건과 관련해서는 공소시효가 끝나도 진상 규명에 나서라고 했는데, 박원순·오거돈 전 시장들의 성범죄 의혹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있다는 지적이었다.
이에 맞서 다수의 민주당 의원은 질의 시간 대부분을 야당 공격에 할애했다. 문 의원은 “선택적 침묵이라며 대통령을 욕보이는 게 국회의원으로서 맞는 거냐”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