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대통령도, 전직 총리도, 전직 장관도 가혹한 수사활극에 희생되고 말았다.” 추미애 법무장관은 3일 페이스북에 이 같은 글과 함께 고(故)노무현 전 대통령의 영전사진을 올렸다. 그러면서 “동해 낙산사에서 고 노무현 대통령님 영전에 올린 저의 저의 간절한 기도”라고도 했다. 정치권에선 검찰총장 직무배제의 역풍(逆風)으로 위기에 몰리자 노 전 대통령 사진으로 지지층 결집을 시도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추 장관은 2004년 노 전 대통령 탄핵에 찬성했던 과거로 인해 한때 친문(親文)지지층에게 배척당하기도 했었다.
추 장관은 이날 페이스북에 “검찰은 수사와 기소의 잣대를 고무줄처럼 임의로 자의적으로 쓰면서 어떤 민주적 통제도 거부하고 있다”며 “살아있는 권력을 수사한다면서 여론몰이할 만큼, ‘검찰당(黨)’이라고 불릴만큼 이미 정치세력화된 검찰이 민주적 통제 제도마저 무력화시키고 있다”고 썼다. 그러면서 “(윤 총장 검사 징계위원회 소집을 앞둔)이 백척간두에서 살 떨리는 공포를 느낀다”면서도 “흔들림없이 전진할 것”이라고 썼다. 추 장관은 윤 총장 해임여부를 결정하는 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를 하루 앞둔 이날 강원도 동해 낙산사에 찾아가 이 같은 글을 쓴 것으로 추정된다. 노 전 대통령을 이른바 ‘검찰개혁’ 명분으로 내세운 셈이다.
이를 두고 야당에서는 “노 전 대통령 탄핵에 앞장섰던 추 장관이 이제와서는 친문(親盧)·친문(親文)에게 지지를 호소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라는 얘기가 나왔다. 2004년 3월 새천년민주당 상임중앙위원이었던 추 장관은 노 전 대통령의 기자회견 직후 “대통령의 사과는 구체적 내용이 결여됐다”며 탄핵안 발의에 찬성 입장을 냈다. 이후 탄핵안이 기각되자 삼보일배를 하며 속죄를 구했지만 총선에서 참패했다.
법무장관으로 취임한 이후 추 장관이 ‘거친 발언'을 쏟아내는 배경으로도 이 같은 ‘탄핵 원죄(原罪)의 영향'이 거론된다. 과거부터 특유의 강성 스타일로 ‘추다르크’라는 별명까지 얻었지만, 법무장관 취임 이후 이 같은 모습이 더 잦아졌다는 것이다. 추 장관은 지난 25일 민주당 초선 의원 간담회에서 “윤 총장이 제 지시를 절반 잘라먹었다”며 “장관 지휘를 겸허히 받아들이면 좋게 지나갈 일을 (윤 총장이) 새삼 지휘랍시고 일을 더 꼬이게 만들었다”고 했다. 추 장관은 말하는 도중 책상을 쿵쿵 치면서 “역대 검찰총장 중 이런 말 안 듣는 총장과 일해본 장관이 없다”고도 했다.
국회에 출석해서도 야당 의원을 향해 “소설 쓰시네” “질문같은 질문을 해야지” “내 아이를 더 이상 건드리지 말라”는 거친 말을 쏟아냈다.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정성호 의원이 “정도껏 하시라”고 제지할 정도였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 서울 송파병 당협위원장인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탄핵 원죄 갚느라고 민주당 당대표 맡아 친문 선봉 노릇하는 추 장관님, 이번 윤 총장 직무배제로 문재인 정권 몰락의 원죄를 또 갚느라고 다음엔 또 무슨 오바를 할까요?”며 “추 장관의 헛발질이 이번엔 무슨 결과를 가져올지 매우 궁금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