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청 공무원들이 이미 세종시에 있는 시청 건물을 12㎞ 떨어진 옆 동네로 이전해놓고 이를 근거 삼아 세종시 공무원 특별공급(특공) 아파트 수백 채를 받은 것으로 4일 확인됐다. 세종시 이전 대상도 아닌 관세청 산하 관세평가분류원(관평원)에 특공 혜택을 주며 관리 부실 지적을 받은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행복청)은 전체 직원의 약 70%에 달하는 129명이 특공 아파트를 ‘셀프 제공’ 받았다. 특공을 받고 입주도 하기 전에 퇴직한 이른바 ‘특공 먹튀’ 정황도 파악됐다.
국민의힘 권영세 의원실은 2015년부터 올해 초까지 5년여간 세종시청 직원 482명이 세종시 특공 아파트를 제공받았다고 밝혔다. 특공 아파트를 받은 사람은 3급 이상 고위 공무원부터 10급까지 다양했고, 단기 임기제 계약직 직원 일부도 포함됐다. 특공 제도는 세종시 이외 지역에서 이주하는 공무원의 세종시 정착을 돕기 위한 것이지만, 이미 세종시에 거주하던 시청 직원들까지 특공 혜택을 받았다.
세종시는 “2015년 6월 청사를 정부세종청사 중심으로 형성된 ‘행복도시’ 지역으로 이전함에 따라 이뤄진 정당한 조치였다”는 입장이다. 관련 규정에 ‘행복도시’로 이전한 기관 소속 직원은 특공 대상 자격을 갖는다는 조항이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세종시는 청사를 기존 세종시 조치원읍에서 불과 12.6km 떨어진 세종시 보람동으로 이전했을 뿐이었다. 자동차로 15분가량 거리지만, 청사를 ‘행복도시’로 이전했다는 이유만으로 세종시에 이미 거주하던 시청 직원들이 특공 아파트를 분양받았다. 이미 아파트를 팔아 수억원의 시세 차익을 본 이들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종시의 경우 시 청사 이전 자체가 부적절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특공 부실 관리 행복청 129명도 ‘셀프 특공'
특공 제도 관리 담당 부처인 행복청의 경우, 전체 직원 168명 가운데 129명이 특공 아파트를 분양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행복청 직원들도 세종시청과 마찬가지로 직원의 기존 거주지와 상관없이 청사가 ‘행복도시’로 이전해 들어갔다는 이유만으로 특공 대상이 됐다. 행복도시 입주 기관 직원이면 특공 대상이 된다는 규정이 그 근거였다.
하지만 2012년 12월 행복청의 청사 이전은 세종시 대평동에서 ‘행복도시’ 내 어진동으로, 그 거리는 약 5.4km에 불과했다. 다만 행복청은 세종시 행정수도 정책에 따라 신설된 조직으로, 대평동 임시 청사에서 ‘행복도시’로의 입주는 예정된 것이었다. 한 전직 감사원 간부는 “특공 아파트가 꼭 필요하지 않은 사람에게도 무분별하게 지급된 것이 있어 보인다”면서 “특공 대상 자격 기준을 구체화하는 등 관련 규정을 엄격하게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특공 받고 입주도 전에 퇴직...‘특공 먹튀' 사례도 적발
세종시 특공 대상 공공기관 종사자 중 특공을 받고 입주도 하기 전에 퇴직한 이른바 ‘특공 먹튀’ 사례도 파악됐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송언석 의원은 해양수산부 산하 한국항로표지기술원에서 특공을 받은 임직원 7명 중 2명이 각각 2019년과 작년 퇴직했다고 밝혔다. 이들이 당첨된 아파트는 각각 올해와 내년 완공될 예정이다. 일반분양 경쟁률이 50대 1을 넘는 아파트를 특공을 통해 낮은 경쟁률로 당첨받고 입주하기도 전에 퇴직한 것이다.
국무총리실 산하 경제인문사회연구회는 특별공급 당첨자 44명 중 11명이 현재 근무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송 의원은 지적했다. 특히 한 직원은 2014년 12월 아파트 특공을 받고 이듬해 2월 퇴사했다. 아파트를 당첨받고 불과 2개월 만에 회사를 그만둔 것이다. 농림축산식품부 산하 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는 특공 당첨자 28명 중 4명이 퇴사했다.
권영세 의원은 “정부와 여당은 논란을 피하려고 서둘러 특공 제도를 폐지하려고 하기보다는 무엇이 문제인지 정확히 파악해 특공의 본 취지를 살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면서 “국회 국정조사와 감사원 감사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