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대선 경선에 ‘결선투표제’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11일 알려졌다. 경선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자가 없을 경우 1·2위 후보가 결선투표를 벌여 후보를 결정함으로써 경선 흥행을 도모하자는 취지다. 국민의힘 진영은 신한국당 시절인 1997년 15대 대선 경선을 끝으로 결선투표제를 폐지했었다. 이번 대선 경선에서 결선투표를 도입하면 24년 만에 부활하는 셈이다. 이런 가운데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12일 제20대 대선 예비후보 등록에 들어간다. 국민의힘의 유승민 전 의원, 장외(場外)의 윤석열 전 검찰총장 등은 이날 후보 등록을 할 예정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대선 경선의 역동성을 높이고 흥행을 위해 결선투표제 도입을 검토할 것”이라고 했다. 결선투표제는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을 경우 상위 득표자 두 명을 두고 최종 투표를 진행해 대선 후보를 선출하는 방식이다. 앞서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2차례 정도의 컷오프를 통해 본경선 후보를 4명으로 압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결국 ‘4인 본경선’에서 과반 득표자가 없으면 1·2위 후보끼리 결선투표를 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것이다.
현행 국민의힘 당헌·당규에는 결선투표 조항이 없다. 그러나 국민의힘 관계자는 “결선투표제를 도입하면 후보들이 과반 이상 득표를 위해 적극적인 캠페인에 나설 수밖에 없어 경선의 역동성을 키울 수 있고 후보 대표성도 커진다”며 “사표(死票)를 우려해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 대신 당선 가능성이 큰 후보에게 표를 주는 ‘투표 왜곡 현상’도 줄일 수 있다”고 했다. 국민의힘 서병수 경선준비위원장도 본지 통화에서 “결선투표제는 논의 대상 중 하나”라고 했다.
국민의힘에서 결선투표제 도입 주장이 나오는 것은 직간접으로 출마 의사를 밝힌 야권 대선 주자가 14명에 이르는 것과도 관련이 있다. 국민의힘 인사는 “후보가 난립하는 양상이지만 지지율에서 장외(場外)의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게 필적할 만한 주자가 뚜렷하지 않은 상황에서 결선투표제를 도입해 당내 주자들의 경쟁력을 키울 필요가 있다”고 했다. 결선투표제를 도입하면 9월 초 시작될 국민의힘 대선 경선에 윤 전 총장이 뛰어들 경우, 당내의 경쟁 주자들이 합종연횡을 통해 윤 전 총장 과반 득표 저지에 나설 수 있을 것이란 얘기다.
이런 가운데 중앙선관위는 12일부터 제20대 대선 예비후보자 등록을 받는다. 예비후보로 등록하려면 기탁금 6000만원(총 3억원의 20%)을 내야 한다. 대신 대선 예비후보자와 정당 경선 후보자가 되면 후원회를 둘 수 있고, 선거 비용 제한액(513억900만원)의 5%인 25억6545만원까지 모금할 수 있다. 이와 관련, 국민의힘 유승민 전 의원은 12일 예비후보 등록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 원희룡 제주지사도 다음 주 중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하고 지사직에서 사퇴할 것으로 알려졌다. 홍준표 의원 측은 “8월쯤 예비후보로 등록할 것”이라고 했다.
윤석열 전 총장도 12일 선관위에 예비 후보로 등록한다고 밝혔다. 야권 관계자는 “윤 전 총장은 8월까지 독자적인 캠페인을 통해 지지세를 더 확장하고 국민의힘 입당 여부를 고민할 것으로 보인다”며 “반면 정치권에 뚜렷한 기반이 없는 최 전 원장은 조기 입당을 선택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윤 전 총장은 이날 서울 광화문 캠프 사무실에서 김헌동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부동산건설개혁 본부장을 만나 현 정권의 부동산 실정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다. 최 전 원장은 이번 주쯤 국민의힘 권영세 대외협력위원장을 만날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