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의 선거 평가 토론회에서 친명(親明) 진영과 친문(親文) 진영의 자화자찬과 ‘네 탓’ 공방 탓에 정작 반성과 쇄신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일부 초선이 강성 지지층만 바라보는 팬덤 정치에 골몰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왔다. 다만 외부 전문가들의 신랄한 비판과 달리 정작 선거에 책임이 있는 의원들의 토론 내용은 공개하지 않아 “진정으로 반성하는게 맞느냐”는 얘기도 나왔다.
이탄희 의원 등 초·재선 의원 10명은 8일 국회에서 ‘민주당 대선·지선 평가 1차 토론회’를 열었다. 민주당의 패인과 혁신 방향을 허심탄회하게 논의해보자는 취지에서다. 외부 전문가들이 발제와 토론자로 나섰고, 초·재선 의원 10명이 참여했다.
토론자인 최병천 한국사회여론연구소 부소장은 “민주당을 떠도는 2개의 유령을 극복해야 한다”면서 “이재명 의원에 대한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 유령과 문재인 전 대통령에 대한 ‘잘했졌’(잘했지만 졌다)이라는 유령”이라고 했다. 어려운 선거 구도에서 이 의원의 개인기로 잘 싸웠다는 친명계의 주장과 문 전 대통령은 ‘성공한 대통령’이라는 친문계의 주장이 일종의 ‘유령’이라는 것이다. 최 부소장은 통화에서 “친명 진영은 이 전 의원을 ‘성공한 대선 후보’라고 하고, 친문 진영은 문 전 대통령을 ‘성공한 대통령’이라고 하는데 결과는 선거 대패 아니냐”며 “나는 잘했지만 너 때문에 졌다는 머리끄덩이 싸움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했다. 이에 대해 민병덕 의원은 “매우 와닿는 얘기”라고 했다.
이은영 휴먼앤데이터 소장은 발제문에서 “민주당이 국민의힘보다 선거 캠페인이 전반적으로 떨어졌다”며 “(윤석열 대통령) 배우자의 무속 이슈에 올인한 측면이 있었다고 본다”고 진단했다. 이재명 의원과 이낙연 전 대표 측이 경선 이후 ‘원팀’을 이루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지방선거에 대해서도 이 소장은 “공천 과정에서 중앙당의 오락가락 행보가 패인 중 하나”라면서 “비대위의 명분·대표성 등 절차적 정당성이 미비하고 비대위원장의 발언이 통제 불능이었다는 점도 패인”이라고 했다.
민주당 초선들의 ‘팬덤 정치’를 비판하는 내용도 나왔다. 이탄희 의원은 “대중정치인으로서 자리매김하는 데 있어서 초선 의원들의 활동에 아쉬움이 있었다”며 “외부에 단순히 편승하고, 일부는 극단적으로 혐오의 정서가 커지도록 하는 데 잘못된 영향을 미치는 경우도 있다(는 의견이 있었다)”고 했다. 민주당 내 초선 강경파 모임인 ‘처럼회’가 강성 지지층의 지지에 힘입어 ‘검수완박’ 등 민생과 동떨어진 법안 추진에 몰입해 민심을 잃었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한 중진 의원은 “일부 초선들이 강성 지지층 ‘뽕’에 취해 극단적인 주장에 편승하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토론회를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난 이탄희 의원은 “민주당이 지성과 감성, 도덕성 중 지성과 도덕성이 부족하다”며 “감성 정치로만 흘러가고 있고 이를 조심해야 한다는 일부 의견이 있었다”고 전했다. 그는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차이가 점점 모호해지고 있다”며 “민주당이 도덕적 우위를 확고히 가져오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일각에선 민주당 의원들이 “성역 없는 평가를 해보자”면서 토론을 비공개에 부친 것을 두고 비판이 일었다. 외부 전문가의 발제 내용만 공개했을 뿐, 선거에 책임이 있는 의원들의 토론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토론에 참석한 한 의원은 “언론에 곡해돼 전달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