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과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의 거취를 둘러싸고 여권이 17일 압박 수위를 높였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이들에 대해 “국무회의에 굳이 올 필요가 없는 사람”이라고 했고, 국민의힘은 특히 한 위원장을 겨냥해 “관계 당국의 철저한 조사”를 요구했다. 그러자 민주당은 “여권의 명백한 직권남용” “방송 장악 음모”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출근길에 한·전 위원장 문제와 관련한 기자들의 질문에 “임기가 있으니 알아서 판단할 것”이라면서도 “국무회의에 필수 요원도 아닌 사람들이 와서 앉아 있으면, 다른 국무위원들이 마음에 있는 이야기들을 툭 터놓고 비공개 논의도 많이 하는데 (말하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같이 일하기에 불편하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전날에 이어 이날도 수차례 “후안무치한 자리 욕심”이라고 비판했다. 두 위원장의 임기는 1년 정도 남았다. 권 원내대표는 “나중에 민주당 대통령이 들어간다고 하더라도 우리 대통령이 임명한 장관들은 다 나오는 게 맞는다”고도 했다.
국민의힘은 우선 한 위원장에게 화력을 집중하고 있다. 21대 국회 후반기 국회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회 여당 간사로 내정된 박성중 의원은 이날 한 위원장의 농지법 위반 보도를 거론하며 “관계 당국의 철저한 조사가 필요한 사안”이라고 했다. 그는 또 한 위원장이 야권 성향 민언련 대표 출신인 점을 거론하며 “매우 편파적인 인물로 ‘언론계의 조국’이라고 비판받은 인사”라고 했다. 여권은 이 밖에도 한 위원장이 지난 정권에서 프로그램 제작과 관련해 방송사 사장을 압박한 사례 등을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는 이날 “임기가 정해진 장관급 위원장의 업무를 못 하게 방해하는 것은 명백한 직권 남용”이라며 “검찰이 정부·여당에 즉각 영장 청구하고 압수 수색에 나서달라”고 했다. 같은 당 설훈 의원은 “(한 위원장의) 임기가 1년 남았는데 물러나라는 것은 방송 장악 의도”라고 했다. 이 같은 압박에도 한 위원장은 물러날 뜻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 위원장도 이날 페이스북에 “권익위는 국민 권익 구제를 위해 늘 최선을 다하겠다”며 업무를 계속 하겠다는 뜻을 우회적으로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