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싱하이밍(邢海明) 주한 중국 대사의 8일 공개 회동은 기존 외교 공식과는 맞지 않는 부분이 많다. 한국의 주요국 대사들은 여야 정당 대표를 관저로 초청하기도 한다. 그러나 공개적으로 가는 경우는 드물다. 자칫 한국 정당의 대표가 주요국 대사들을 ‘예방(禮訪)’하는 모양새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국가 의전 서열 8위의 인물이다. 싱 대사는 부처 국장급이다.
게다가 민주당은 이날 당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약 30분간 이를 생중계했다. 그러자 싱 대사는 이를 ‘중국의 입장’을 적극 홍보하는 ‘대(對)한국민 담화’의 장으로 활용했다. 싱 대사가 10장 분량의 원고를 읽는 동안 이 대표는 이를 경청했고, 민주당 참모들이 싱 대사의 발언을 받아 적는 모습도 방송됐다. 주한 중국 대사관은 싱 대사의 발언을 보도 자료로 배포하기도 했다. 주한 외국 대사가 국내 정치권 인사와의 회동에서 발언한 내용을 언론에 자료로 제공한 것은 이례적이다.
싱 대사를 비롯, 역대 중국 대사가 한국 정당 대표를 방문할 때는 여의도 국회의사당을 찾아가는 것이 통례였다. 민주당 대표의 중국 대사관저 방문은 2011년 당시 손학규 대표가 방중을 앞두고 찾은 사례 정도가 있을 뿐이다.
역대 민주당 대표들은 국회 당대표실에서 중국 대사를 접견했다. 2015년 3월 당시 추궈훙(邱國洪) 중국 대사는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를 국회로 찾아가 만났다. 싱 대사는 2020~2021년 이낙연·송영길 대표도 국회를 찾아가 만났다. 2021년은 중국 공산당 창당 100주년이 되는 해였지만 송 대표는 싱 대사를 국회에서 만나 축하해줬다. 2021년 겨울 싱 대사가 윤석열·이재명 대선 후보를 만났을 때도 장소는 각 당사였다.
민주당 관계자는 “중국 측이 관저에서 만나자는 제안을 먼저 했고 우리가 수용한 것”이라며 “만찬 준비, 의전 등을 고려할 때 관저가 낫다고 판단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