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윤석열 대통령 지지 시위대의 서울서부지법 청사 불법 진입 및 난동 사태와 관련한 긴급 현안질의가 열렸다.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이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을 하고 있다./남강호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구속영장이 발부된 지난 19일 새벽 서울서부지법을 습격한 군중 난동 사태와 관련해 대법관들이 20일 긴급회의를 열고 “헌법 질서를 위협하는 매우 중대한 범죄로 결코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혔다.

조희대 대법원장을 비롯해 대법관 13명은 이날 오전 2시간 30분가량 대법관 회의를 열고 서부지법 집단 난동 사태와 관련한 대책 등을 논의했다. 대법관들은 회의 후 입장문을 내고 “재판 결과에 불만이 있다고 법원을 공격하는 것은 법치주의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것”이라며 “국가 전체 기능을 마비시키고 국민의 기본권 보장에 심각한 장애를 초래할 수 있다”고 했다.

회의에서는 “이번 (난동) 사태가 마지막이 아니라 시작이 되면 곤란하다” “법치주의를 무시하는 극단적 행위가 일상화될 경우 나라가 존립할 수 없다” 같은 대법관들의 우려가 나왔다고 한다. 대법관들은 “법원은 법관이 어떤 외부 압력에도 흔들리지 않고 안전하게 직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했다.

천대엽 법원행정처장(대법관)은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출석해 “대법관들은 30년 이상 법관 생활을 하면서 미증유의 사태에 큰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천 처장은 “영장 하나가 재판 전체를 결정하는 것처럼 중차대한 부담을 영장 판사 개인에게 지우고, 국민에게 그렇게 이해되는 사법 시스템은 수정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천 처장은 “국회에 조건부 구속영장 제도(거주지 제한 등 일정한 조건을 달아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받도록 하는 것)가 발의돼 있는데, 저희도 입법이 받아들여질 수 있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의 이야기도 (대법관 회의에서) 나왔다”고 했다.

김석우 법무장관 직무대행은 이번 사태를 ‘폭동’이라 할 수 있느냐는 정청래 법사위원장 질의에 “기본적으로 대검에서는 불법 폭력 점거 시위(라고 본다)”라고 했다. 법원행정처가 추산한 피해액은 약 6억∼7억원 규모다. 윤 대통령 지지 군중은 외벽 마감재와 유리창, 셔터, CCTV, 출입 통제 시스템 등을 파손했다. 천대엽 처장은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법원 7층까지 올라가서 (윤 대통령 영장 발부 판사가 아닌) 다른 영장 전담 판사 사무실을 강제로 열고 들어가 파손했다”며 “미리 알고 오지 않았나 추측한다”고 했다.

경찰은 지난 18~19일 서울서부지법 등에서 발생한 난동 사태로 총 90명을 체포해 이 중 66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난동자들은 10대부터 70대까지 고르게 분포됐는데, 20·30대가 46명으로 절반이 넘었다. 유튜버도 3명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