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의 비이재명계 인사들이 최근 잇달아 ‘이재명 일극 체제’와 강경 일변도 전략을 비판하고 나섰다. 윤석열 대통령이 구속되고 조기 대선 가능성이 커진 가운데 최근 주요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지지율이 하락하자 비명계가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이다.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21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이제 우리 자신을 돌아볼 때”라며 “이재명 대표 한 사람만 바라보며 당내 민주주의가 숨을 죽인 지금의 민주당은 과연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느냐”고 했다. 임 전 실장은 문재인 정부 청와대 비서실장을 지낸 대표적 친문·비명 인사다. 작년 4월 22대 총선에서 서울 중·성동갑 출마를 준비하다 공천에서 배제당했고, 탈당을 고려하다가 민주당에 남았다.

그래픽=양진경

임 전 실장은 “대통령제에서 나쁜 대통령을 법적 절차에 따라 탄핵하고 체포하고 구속할 수 있는 나라, 대한민국이 자랑스럽다”면서도 “이제는 민주당, 우리 스스로를 돌아볼 때”라고 했다. 그는 “일상이 돼버린 적대와 싸움의 정치는 안타깝다. 원인이 상대에게 있다 해도 그렇다”며 “우리 안에 원칙을 소홀히 하고, 자신의 위치를 먼저 탐하고, 태도와 언어에 부주의한 사람들이 지지자들의 박수를 받고 행세를 하는 게 참 불편하다”고 했다. 당내 강경파를 겨냥한 발언으로 해석됐다.

임 전 실장은 또 “상대의 실수에 얹혀 하는 일은 지속하기가 어렵다”며 “성찰이 없는 일은 어떻게든 값을 치르게 된다. 민주당은 지금 괜찮나”라고 했다. 12·3 비상계엄 사태의 반사이익에만 기대면 안 된다는 것이다.

정치권에선 “조기 대선이 가시화하고 민주당 지지율이 하락하자 비명계가 이 대표 측과 차별화를 시도하며 본격적인 움직임에 나섰다”는 말이 나왔다. 민주당 한 비명계 인사는 “임종석 전 실장과 김경수 전 경남지사는 ‘출마 외엔 더 물러설 곳이 없다’며 대선 출마 결심을 굳힌 것으로 안다”고 했다.

김경수 전 지사와 김부겸 전 국무총리, 김동연 경기지사 등 소위 ‘신(新) 3김’도 목소리를 내고 있다. 비상계엄 사태 직후 귀국한 김경수 전 지사는 지난 20일 페이스북에서 서부지법 폭력 사태와 관련해 “우리는 저들과 다르게 가자. 달라야 이길 수 있다”고 했다. 김 전 지사는 “극단적 증오와 타도,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 일방주의, 독선과 오만, 우리는 그와 정반대로 가야 한다”며 “저들과 달라야 이길 수 있다. 우리가 바뀌어야 정치가 바뀐다”고 했다. 임 전 실장보다는 톤이 낮지만, 마찬가지로 민주당 주류와 각을 세우는 메시지라는 해석이 나온다.

김부겸 전 총리도 지난 20일 한 영화 상영회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최근 여야 지지율 추세에 대해 “민주당이 탄핵 소추 이후 여유 있게 국정을 리드하지 못한 데 대한 실망감이 작용한 것 같다”며 “윤석열 정권처럼 서두르고, 국민 생각 안 하고 자기 고집대로 하는 것이란 실망감이 있는 것”이라고 했다. 김 전 총리는 특히 민주당이 밀어붙인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 소추에 대해 “내가 한 총리 탄핵을 반대했다가 얼마나 당했나. 한 총리 정도면 얼마든지 ‘밀당’(밀고 당기기)을 할 수 있었던 관계”라고 했다.

김동연 지사는 최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87년 체제’는 효용과 시효를 다했다”며 “개헌을 통해 제7공화국을 출범해야 한다”고 했다. 개헌에 소극적인 이재명 대표와 달리 개헌 필요성을 직접 강조한 것이다. 김 지사는 “지난 21대 대선 당시 후보로서 분권형 4년 중임제 대통령제와 함께 책임총리제를 골자로 한 권력구조 개편과 정치 개혁을 주장한 바 있다”며 “이 부분은 당시 민주당 후보였던 이 대표와 단일화하면서 합의를 봤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