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3일 국회에서 친문·비명계 핵심 김경수 전 경남지사를 만났다. 이날 김 전 지사는 개헌 논의 필요성을 거듭 제기했지만 이 대표는 “지금은 내란 극복에 집중해야 할 때”라며 즉답을 피했다. 이 대표가 사실상 개헌 논의에 선을 그은 것으로 풀이된다.
두 사람 회동은 1시간 30여 분간 진행됐다. 이 자리에서 김 전 지사는 “김대중 전 대통령은 자신을 죽이려고 한 세력과 손잡고 첫 번째 정권 교체를 이뤄냈다”며 “지금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정권 교체에) 힘을 합칠 수 있는 모든 세력이 함께해야 한다”고 했다. 김 전 지사는 또 “팬덤 정치 폐해도 극복해야 한다”며 “당원이 진정한 민주당의 주인이 될 수 있도록 토론과 숙의가 가능한 공간을 대폭 열어야 한다”고 했다. 김 전 지사가 이 대표를 앞에 두고 작년 총선 때 친명계가 주도한 공천 이후 민주당이 ‘이 대표 일극(一極) 정당’이 됐다고 정면 비판한 것이다.
회담 후 이 대표 수행실장인 김태선 의원은 “김 전 지사는 토론과 숙의가 가능한 참여 공간을 확대해야 한다고 했고, 이 대표도 공감했다”고 했다. 최근 이 대표가 긍정적 입장을 밝혔다가 후퇴해 논란이 된 반도체 산업 ‘주 52시간 근무제’ 예외 적용 등과 관련해서는 “주요 정책에 대해서 당내 의견 수렴을 거쳐서 민주적 절차의 정당성을 확보해 나가겠다는 말이 오갔다”고 했다.
이 대표는 이날 회동 전 취재진들 앞에서 “헌정 수호 세력, 내란 극복을 위해 동의하는 모든 세력들이 힘을 합칠 필요가 있다”며 “김 전 지사와 함께 손잡고 가길 기대한다”고 했다. 그러나 비명계가 주장하는 권력 구조 개헌과 관련해 이 대표가 선을 그으면서 의례적 만남에 그쳤다는 평도 나온다. 김 전 지사는 이날 이 대표와 불화를 빚고 탈당한 인사들에 대한 사과와 복당이 필요하다는 뜻을 밝혔지만 이 대표는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김동연 경기지사는 13일 광주(光州) 국립 5·18 민주묘지를 참배하고 “이재명의 민주당이 아닌 민주당의 김동연, 민주당의 김경수, 민주당의 김부겸 등 다 같이 더 큰 민주당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