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김성규

5일 오전 서울의 한 대학 캠퍼스. 중국인 유학생이 강의실 앞에서 큰 소리로 통화하며 웃자, 그 모습을 본 한국인 학생들이 눈살을 찌푸렸다. 어떤 한국인 학생들은 “민폐 행동 아니냐” “정말 듣기 싫다”는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캠퍼스 밖 식당가 앞에서 만난 학생은 한국어 없이 중국어로만 된 한 식당 간판을 보며 “친한 중국인 친구도 많지만, 이렇게 한국인 배려 없이 간판과 메뉴가 중국어로만 된 곳은 가고 싶지 않다”고 했다.

2030세대의 ‘반중(反中) 정서’는 컸다. 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과 본지 조사에서 2030세대에게 국가별 선호도를 물었더니, 100점 만점에 중국은 30점이었다. 중국에 대한 호감도는 북한(28점)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전체 응답자 중 43%가 중국을 협력 대상으로 봤는데, 20대와 30대는 각각 26%, 32%였다. 작년 말 기준 국내에 체류하는 중국인은 95만8900명이다. 전체 외국인 10명 중 4명이 중국인이다. 그러나 청년 세대들의 중국에 대한 인식은 일상 속 비호감을 넘어 반중으로 가고 있다고 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 연구팀은 분석했다.

2030세대의 중국에 대한 반감은 일상 경험에서 비롯된 경우가 많았다. 성균관대를 졸업한 박모(26)씨는 “필수 수업도 아닌 한문 강독 교양 수업에 얌체처럼 중국인들이 몰려와 학점에 손해를 봤다”고 했다. 연세대생 양모(27)씨는 “전공 수업 중 중국인과 한 팀이 된 적이 있었는데, 발표 준비나 자료 조사도 하지 않고 무임승차했으면서 학점은 나랑 같아서 화가 났다”고 했다. 대구 지역 대학생 김모(28)씨는 “어릴 때부터 인터넷에서 중국 관광객들의 민폐 행동, 동북공정 문제를 접해 왔는데, 최근에는 중국 빅테크 기업들이 개인 정보를 빼내 가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반중 정서를 가진 2030세대들은 한국인이 받아야 할 혜택을 중국인들이 빼앗고 있다는 인식이 강했다. 외항 선원으로 일하는 김모(37)씨는 “급여가 높아 세금도 많이 내는 편인데, 정부 정책은 세금을 자국민보다 중국을 비롯한 외국인에게 선심성으로 쓰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며 “해외 체류 기간이 긴 나는 의료보험 혜택을 받기가 까다로운데, 외국인들에게는 의료 관광 오라고 각종 혜택을 주고 있다”고 했다. 반중 집회에 참석한 경험이 있는 대학생 A씨는 “중국은 대대적으로 한한령을 내리면서 한국산 문화나 제품은 배척하는 상황인데, 아이러니하게도 우리는 반중 집회에 나가 흔드는 태극기조차 ‘메이드인 차이나’라 적혀 있다”고 했다.

그래픽=김성규

직장인 최모(34)씨는 “‘노 재팬(일본 상품 불매) 운동’을 이끈 86세대들은 우리가 일본 맥주를 마시거나 유니클로 옷을 사는 것도 ‘친일’이라 몰아세웠다”며 “그런데 청년들이 중국에 거부감을 느끼는 것에 대해서는 덮어놓고 ‘혐중(嫌中)‘이라고 비판한다”고 했다.

격해지는 반중 정서에 국내에 체류하는 중화권 외국인들은 비상이다. 대만의 온라인 쇼핑몰 ‘쑹궈쇼핑(松果購物)’에서는 한글이나 영어로 ‘중국인이 아닙니다‘ ’나는 대만 사람‘이라 적힌 스티커 묶음이 1000원에 판매되고 있는데, 현재 일시 품절 상태다. 한국에서 직장을 다니는 대만인 리차이민(李采玟·27)씨는 “중국에 안 좋은 감정을 가진 사람들은 대만인에게도 차별적인 행동을 한다”며 “대만이나 홍콩 출신들도 한국에서 중국어로 이야기할 때 목소리를 작게 내 사람들 눈에 최대한 안 띄게 노력한다”고 했다. 대만인 리지리씨는 “제주도 여행 중 중국어를 쓰니 식당 주인에게 불친절한 대우를 받은 적이 있다”며 “그 이후로 서울, 부산을 여행할 때마다 ‘나는 대만 사람’ 스티커를 가방에 붙이고 다녔다”고 했다.

그래픽=김성규

중국에 대한 20·30대의 적대감과 비호감은 외교 노선에 대한 입장으로도 이어진다. 이번 조사에서 ‘경제성장을 위해 중국과 관계를 개선해야 한다’는 질문에 ‘찬성한다’는 응답은 20·30대 각 53%로 전 연령대에서 가장 낮았고, ‘반대한다’는 응답은 각 47%로 전 연령대에서 가장 높았다. 본지와 공동 조사를 한 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 김한나(진주교대) 교수는 “노년층은 중국에 대한 거부감이 외교 정책에 대한 태도로는 이어지지 않는데, 2030세대에서는 다르게 나타났다”며 “청년 세대의 강한 반중 감정이 국가적 실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유의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