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가운데) 대표와 의원들이 9일 서울 경복궁역 인근에서 열린 ‘대통령 탄핵 촉구 집회’에 참석해 ‘윤석열 즉각 파면’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민주당은 이날 “윤 대통령 파면 때까지 매일 시민단체 거리 집회에 참석하겠다”고 했다. /김지호 기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가운데) 대표와 의원들이 9일 서울 경복궁역 인근에서 열린 ‘대통령 탄핵 촉구 집회’에 참석해 ‘윤석열 즉각 파면’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민주당은 이날 “윤 대통령 파면 때까지 매일 시민단체 거리 집회에 참석하겠다”고 했다. /김지호 기자

“헌재는 윤석열을 즉각 파면하라.” “내란 공범 심우정은 즉각 사퇴하라.”

9일 저녁 7시 40분쯤 서울 경복궁역 앞. ‘윤석열 즉각 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비상행동)’이 주최한 집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을 비롯한 참가자들이 이렇게 외쳤다. 박범계 민주당 의원, 차규근 조국혁신당 의원은 연단에 올라 “내란 준동 세력의 거대한 반격을 우리가 똘똘 뭉쳐서 반드시 파면을 받아내야 한다” “헌법재판소에 촉구한다. 신속히 윤석열을 파면해달라”고 했다.

경찰 추산 약 5500명이 모인 이날 집회에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 등은 ‘내란 수괴 윤석열 즉각 파면’이 적힌 손 피켓을 들었다.

집회 참가 4시간 전 이 대표와 개혁신당을 제외한 야 4당 대표들은 국회에서 윤 대통령 석방과 관련한 공동 대응을 위한 긴급 회의를 가졌다. 이 대표는 이 자리에서 “내란의 밤이 아직도 끝나지 않고 계속되고 있다”고 했다. 민주당 등 야 5당은 헌재를 향해 신속한 윤 대통령 파면을 촉구하면서 “파면이 될 때까지 매일 시민단체가 주도하는 탄핵 촉구 집회에 참가하고, 이들과 연대한다”고 밝혔다. 비상행동 외에도 촛불승리전환행동은 10일 서울 안국역 주변에서, 민노총은 15일 서울 을지로입구역 앞에서 윤 대통령 파면 촉구 집회를 계획하고 있다. 민주당이 다른 야당 및 ‘거리 세력’들을 모두 모아 윤 대통령 탄핵을 위한 범야권 총공세를 시작한다는 것이다.

앞서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은 조기 대선을 염두에 두고 공약과 같은 각종 정책을 내놓으며 ‘민생 우선’을 홍보해 왔다. 하지만 지난 7일 법원이 윤 대통령 구속 취소 결정을 내리면서, 민주당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법원의 결정이 나온 직후 민주당 소속 전 의원들에게 국회 비상 대기 지시가 떨어졌고, “내란 수괴가 석방됐다”며 윤 대통령과 검찰·국민의힘 등을 향해 거친 말도 쏟아냈다.

민주당은 이날도 오전부터 비상 의원 총회, 검찰 규탄 대회 등을 진행하며 급박하게 움직였다. 매일 국회 본청 농성을 하고, 두 차례 의원 총회도 갖기로 했다. 이재명 대표는 ‘통합 행보’ 차원에서 10일로 예고했던 이광재 전 국회 사무총장과의 회동도 급히 연기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그만큼 현 상황이 비상 시국이라는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은 이날 당 차원에서 윤 대통령의 석방과 헌재의 탄핵 심판은 무관하다며 여론전도 벌였다. 한민수 대변인은 “이번 석방은 헌재의 판결에 어떠한 영향을 주지 않을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고 했고, 정청래 의원은 “윤석열은 곧 헌재에서 파면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헌재를 향해 윤 대통령 탄핵 여부를 빠르게 결정해 달라고 요구했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윤석열 탄핵심판 변론이 종결된 지 오늘로 13일째”라며 “과거 두 차례의 대통령 탄핵심판 절차에 비춰보면 선고를 내리기에 충분한 기간이 경과했다”고 했다.

이처럼 민주당이 국회와 거리에서 윤 대통령 탄핵 촉구 여론 조성을 위한 총공세를 펼치는 것은, 법원의 구속 취소 결정과 검찰의 석방 조치가 윤 대통령의 탄핵심판 일정을 늦출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윤 대통령의 탄핵심판 선고 일정은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 시계와도 맞물려 있다. 이 대표는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의 1심에서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고, 오는 26일 2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선거법 사건 선고는 1심 6개월, 2심 3개월, 3심 3개월 내에 끝내야 한다. 대법원은 3심에서 2심 판결에 대한 법리 판단만 하기 때문에, 3심 결론은 2심보다 더 빨리 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3심에서도 형량이 유지되면 이 대표는 피선거권을 박탈당한다. 만약 헌재의 윤 대통령 탄핵심판이 늦춰진다면 조기 대선이 열린다고 하더라도 이 대표의 대선 출마에 큰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정치권 관계자는 “이 대표와 민주당이 심리적으로 쫓길 것 같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은 윤 대통령 석방을 계기로 당장 10일로 예정된 여야 국정협의체 보이콧도 시사했다. 그동안 여야는 추가경정예산, 국민연금 개혁, 상속세 개편 등에 대해 이견을 좁혀가는 중이었다. 민주당 원내 관계자는 “아직 결정된 바는 없지만, 이런 시국에 국정협의체 참여가 가능하겠느냐”며 “아직 정부의 추가경정예산 자료도 국회에 들어온 것이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