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조국혁신당·사회민주당 소속 국회 정무위원들이 1일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을 향해 “상법 개정안 거부권(재의 요구권) 행사를 철회하라”고 했다. 한 대행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주주 전체로 확대하는 내용의 상법 개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했다.
이들은 성명서에서 “윤석열 정권과 국민의힘은 끝내 국민의 뜻을 외면하고, 상법 개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했다”며 “이는 재벌과 대기업의 기득권을 보호하기 위해 소액주주와 국민의 권리를 무참히 짓밟는 폭거이며, 대한민국의 경제 정의를 퇴행시키는 반민주적 만행”이라고 했다. 이어 “이번 상법 개정안 거부권 행사는 명백히 재계와 한덕수 국무총리가 한편이 되어, 개미 투자자와 해외 기관, 금융감독원장의 요구를 철저히 무시한 결정”이라고 했다.
이들은 “(상법 개정안이) ‘경영 위축을 초래할 것’이라는 주장은 근거 없는 억측”이라며 “이사의 충실 의무가 확대된다고 해서 정당한 경영 활동이 위축되는 것이 아니다. 경영진이 주주의 이익을 무시한 채 전횡을 휘두를 때 비로소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소송 남발로 인한 경영 마비, 민형사상 불확실성 확대’라는 근거도 사실이 아니다”라며 “미국, 영국, 일본 등 선진국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이사의 주주 충실의무는 이미 보편화된 원칙”이라고 했다.
이들은 “‘배임죄 강화로 인한 경영 위축’이라는 주장도 사실 왜곡이다”라며 “경영상 판단의 원칙은 이미 대법원에서 인정되고 있으며, 정상적인 경영 판단을 배임죄로 처벌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자본시장법 개정’을 대안으로 제시했으나 이 또한 시대를 역행하는 주장”이라며 “전체 법인 100만여 개에 적용될 수 있는 상법 개정안을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대체하자는 것은 결국 대기업을 보호하기 위한 면피책에 지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앞서 야당이 국회 본회의에서 강행 처리한 상법 개정안은 경제계가 “줄소송에 휘말리고 주주 이익, 이해관계 때문에 눈치를 보느라 기업 성장을 위한 장기적인 투자 계획도 세울 수 없다”며 반대하던 법안이다. 특히 이사의 주주 이익 보호 의무가 상법에 규정되면 소수 지분을 확보한 사모펀드 등으로부터 우리 기업이 경영권 공격을 당하기 쉽다는 우려도 나왔다. 중소·중견기업은 특히 기업 가치보다 주가가 낮은 곳이 많아 이런 공격에 취약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경우에도 지난 2월 유튜브 채널 삼프로 TV에서 “원래는 자본시장법을 개정해야 한다. 상법을 개정하면, 일반 회사, 가족 4명이 주주인 곳까지 적용된다”고 한 바 있다. 그는 당시 “그러나 자본시장법 담당 상임위(정무위)는 여당이 위원장이다. 거기는 무조건 (개정안 처리를) 안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