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차기 대통령 적합도를 묻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30% 넘는 지지도를 기록하며 압도적 1위를 달리고 있다. 국민의힘 후보들과는 달리 이 대표가 조기 대선을 기정사실화하며 사실상 적극적 대선 움직임을 이어온 영향이 크다. 정치권 인사들은 “국민의힘 주자들이 발이 묶인 사이 이 대표가 우클릭을 통한 이른바 ‘빈집 털이’를 하면서 대선 준비에서 멀찌감치 앞서가고 있다”고 했다.
이 대표는 탄핵 국면에서 “민주당은 성장을 중시하는 중도 보수 정당”이라며 외연 넓히기에 나섰다. 상속세 공제 현실화, 근로소득세 개편 등 중도층을 겨냥한 세제 개편을 거론했고,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류진 한경협(전경련 후신) 회장 등 재계 인사도 만났다. ‘반미’ 이미지를 털어내고자 주한 미국 대사 대리, 주한 일본 대사와 만나 한미 동맹, 한·미·일 협력을 강조하고 트럼프 정부의 통상 문제 제기에 대응하는 모습도 보였다. 민주당 안에서도 “윤석열 대통령의 공석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는 말이 나왔다.
민주당 경선에 대해선 “결과는 뻔하다”는 예측이 많다. 지난 대선 때부터 계속된 ‘이재명 1극 체제’가 여전하고 민주당에서 이 대표의 위치를 위협할 만한 뚜렷한 경쟁 상대도 없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이른 시일 안에 당대표직을 사퇴하고 경선 후보 체제로 주변 조직을 정비할 예정이다. 이 대표 측은 “사퇴 시점을 조율 중이다. 빠르면 주말, 늦어도 다음 주 초”라고 했다.
이 대표는 가장 큰 약점으로 꼽혔던 ‘사법 리스크’도 지난달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2심에서 징역형을 받았던 1심 판결을 뒤집고 무죄를 선고받아 어느 정도 털어버렸다. 이 대표는 ‘대장동 사건’과 위증 교사 등 12가지 혐의로 재판 5건을 받고 있다. 하지만 조기 대선을 치르기 전 결론이 나올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게 중론이다. 비명계의 한 인사는 “경선을 준비하는 다른 후보들로서는 가장 주요한 ‘공격 포인트’가 사라져버린 셈”이라고 했다.
민주당에서는 이 대표 외에 경선에 나설 인물로 김동연 경기지사, 김부겸 전 총리, 김경수 전 경남지사, 박용진 전 의원, 김영록 전남지사, 전재수 의원, 이광재 전 강원지사, 김두관 전 의원 등이 거론된다. 몇몇 인사는 이미 경선 출마를 확정하고 캠프를 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들 중 이 대표와 유의미한 경쟁을 할 수 있는 후보가 있을지를 두고는 회의적인 반응이 많다. 민주당 관계자는 “경선이 너무 싱겁게 진행돼 흥행이 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은 고민”이라고 했다.
민주당은 다음 주부터 대선 경선 체제로 들어갈 계획이다. 대선까지 남은 시한이 60일로 촉박한 만큼 경선을 최대한 압축적으로 진행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특별한 사건이 없었던 2021년 경선 때는 전국 11권역을 순회하며 한 달여에 걸쳐 경선을 치렀다. 이번 경선은 2017년 박근혜 대통령 탄핵 때처럼 전국을 수도권·강원·제주, 영남, 호남, 충청 등 네 권역으로 나눠 3주 안에 끝내는 방식이 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경선 규칙과 기간을 두고 후보끼리 신경전이 벌어질 조짐도 있다. 민주당은 그동안 ‘권리당원 50%, 일반 국민 50%’로 선거인단을 구성하는 안과 완전 국민 경선제를 두고 고민해 왔는데, 이 대표를 제외한 후보는 대부분 완전 국민 경선제를 선호한다. 이 대표 지지세가 단단한 권리당원이 50%를 차지할 경우 전체 득표율이 그만큼 하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경선 기간을 두고도 한 후보 측은 “친명계에서는 경선에 3주도 너무 길다며 2주 얘기까지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민주당 대선 경선이 ‘이재명 추대식’이 아닌데 이렇게 날림처럼 하는 건 잘못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