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남강호 기자

오는 6월 3일 조기 대선 일정이 확정되면서 더불어민주당 대선 주자들의 출마 선언이 잇따르고 있다. 이재명 대표가 9일 당대표직을 내려놓고 본격적인 대선 준비에 나설 예정인 가운데, 당내 경선에 도전하는 비명계 주자들의 발걸음도 바빠지고 있다. 비명계 대표 주자인 김동연 경기도지사와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는 8일 저녁 서울 모처에서 만나 경선 출마 여부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는 9일 당대표직에서 사임한 뒤 경선 캠프를 출범시킬 계획이다. 이 대표 측은 “내일 마지막 최고위원 회의에서 그동안의 소회를 밝히며 당대표직에서 물러날 것”이라며 “공식 출마 선언은 다음 주 중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경선 캠프는 윤호중·강훈식·한병도 의원 등 친명 색채가 상대적으로 옅은 인사들로 채워졌다. 본선에서 중도·보수 유권자를 공략하기 위한 싱크탱크인 ‘성장과 통합’ 출범도 예정돼 있다.

그래픽=박상훈

민주당에서 가장 먼저 대선 출마 선언을 한 인사는 김두관 전 의원이다. 김 전 의원은 지난 7일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김대중 전 대통령 부부 묘소를 참배한 뒤, 여의도 민주당 당사에서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이어 이날 광주를 찾아 국립 5·18 민주 묘지를 참배한 뒤 기자회견을 갖고 “이른바 ‘어대명(어차피 대통령은 이재명)’ 경선으로는 압도적인 정권 교체를 장담할 수 없다”며 이 대표와 각을 세웠다.

김동연 지사는 9일 미국 출국을 앞두고 인천공항에서 대선 출마 선언을 한다. 김 지사 측은 “트럼프발(發) 자동차 관세 전쟁에 대응하기 위해 김 지사가 2박 4일간 미국에 머물며 ‘관세 외교’에 나설 계획”이라고 했다. 미국 출국에 나서는 길목에서 경제 전문성을 강조하며 출사표를 던진다는 방침이다. 대표적 친문계인 김경수 전 지사도 이번 주 중 출마 선언을 계획하고 있다. 김동연 지사와 김경수 전 지사 캠프엔 이재명 대표 체제 민주당에서 ‘비명횡사’한 전직 의원 상당수가 포진해 있다. 당내 일각에선 ‘이재명 1강 구도’에 대항하기 위해 김 지사와 김 전 지사가 단일화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한편 김영록 전남도지사는 이날 불출마를 선언했다. 김영록 지사는 기자회견에서 “우리 시대의 시대정신은 내란 종식과 정권 교체다. 그 최중심에는 이재명 대표가 있다”고 했다. 대표적 비명계 주자인 박용진 전 의원도 전날 불출마를 선언했다.

김부겸 전 총리, 전재수 의원, 이광재 전 의원 등은 막판 고심을 하고 있다. 야권 관계자는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경쟁해야 하는 판국에 짧은 경선 일정에다가 기탁금까지 내야 해서 부담이 크다”고 했다. 민주당에서 대선 후보로 나서려면 4억원의 기탁금을 내야 한다. 당내 경선 일정이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개인 홍보 효과를 노리고 나서기엔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대선 후보 선출을 위한 당헌·당규 개정과 경선 규정 등을 다음 주중 확정할 계획이다. 비명계 주자들은 여러 정당 인사들이 경선에 참여할 수 있는 오픈프라이머리(완전 국민 경선제) 도입을 주장하고 있으나, 민주당은 현행 경선 룰을 크게 바꾸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당 관계자는 “‘권리당원 50%, 일반 국민 50%’ 경선 방식을 유지하되, 촉박한 대선 일정을 감안해 TV 토론과 전국 순회 일정을 대폭 줄일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