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0일 공개한 11분 37초 분량의 대선 출마 선언 영상에서 “진짜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며 경제성장과 국익 외교, 문화 강국을 주요 목표로 제시했다. 이 전 대표는 이날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예비 후보자 등록도 마쳤다.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0일 21대 대선 출마 뜻을 밝히는 내용을 담아 공개한 영상. 이 전 대표는 "진짜 대한민국을 만들겠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이 전 대표는 출마 선언에서 “먹고사는 문제가 가장 중요하다”며 경제성장을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사회 대립과 갈등이 커진 원인도 “먹고살기 어려워져서 그렇다”고 했다. 그는 “그런데 왜 더 잘살게 되었는데 왜 부족하게 됐느냐, 편중됐기 때문”이라며 “소위 양극화, 불평등, 격차 이게 너무 커졌다”고 했다. 이어 “우리 사회가 총량으로는 과거보다 더 많은 걸 가지고 있게 되었는데 개별적으로 보면 그게 너무 한군데 몰려 있다. 이것이 갈등의 원인”이라고 했다.

그래픽=송윤혜

이 전 대표는 정부 주도 경제성장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그는 “경제는 사실 민간 영역만으로는 제대로 유지 발전되기 어렵다”며 “정부 영역의 역할이 중요한데 지금 거의 3년 동안 정부는 경제를 방치해뒀다”고 했다. 이 전 대표는 “이제는 첨단 과학기술 투자가 중요한 시대가 됐는데, 문제는 과학기술 수준이 너무 높아져서 개별 기업이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그래서 정부 단위의 인력 양성, 또 대대적인 투자를 하면 살아날 수 있다”고 했다.

이 전 대표는 지난 2월 국회 대표 연설 때도 “초과학기술 신문명이 불러올 사회적 위기를 보편적 기본사회로 대비해야 한다”고 했었다. 지난달엔 민간 기업과 국민이 지분을 나누는 ‘K엔비디아’를 제안했다. 이 전 대표 측은 “세금 올려 부를 배분하겠다는 게 아니라 정부 주도로 인공지능(AI) 같은 신성장 산업에 투자하자는 것”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 이 전 대표는 광주에 10조원 규모 AI 시범 도시 조성을 대선 공약으로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대표는 이날 ‘실용주의’를 강조하면서 “빨간색이냐 파란색이냐, 아니면 어떤 정책이 누구의 생각에서 시작된 것이냐, 그건 특별한 의미가 없다”며 “어떤 게 더 유용하고 더 필요한가, 이게 최고의 기준이 되어야 한다”고 했다.

이 전 대표는 “제가 정한 원칙이 있다”며 일 처리의 ‘신속성’을 중시한다고도 했다. 그는 “공직자는 백만 명이 걸린 일을 백명이 걸린 일보다 만 배 중요한 일이라 생각하지만, 백 명이 걸린 일조차도 그 백 명은 목숨이 걸린 것”이라며 “모든 일이 다 중요하니 작고 쉽고 간단해 보이는 일을 최대한 빨리 해치운다, 그렇다고 큰일을 안 하는 건 아니다”라고 했다. 이 전 대표는 “제 업무 책상에 서류가 쌓여있지 않다. 안 쌓아 놓는다”고 했다. 그만큼 민생 현안에 신속하게 대응한다는 의미다.

이 전 대표는 외교 분야와 관련해 “현실적으로 보면 한미 동맹이 매우 중요하고 또 한·미·일 협력 관계도 중요하지만, 그 속에 일관되는 원칙은 대한민국의 국익이 최우선”이라며 “경쟁할 영역은 경쟁하고, 협력할 영역은 협력하고, 또 서로 갈등할 영역은 잘 조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전 대표는 “세계를 선도하는 K컬처에 더해, 무혈의 평화 혁명으로 현실 권력을 끌어내려 민주주의의 힘을 보여줬다”며 “이런 것들을 K이니셔티브라고 통칭하고 싶다”고 했다. 이 전 대표는 “우리가 비록 규모는 작지만 소프트파워 측면에서 세계 여러 영역에서 선도할 수 있다”며 “그런 나라 한번 꼭 만들어보고 싶다”고 했다. 이 전 대표는 이날 ‘생명 중시’를 주요 목표 중 하나로 제시하며 재난 대응에 대해 “누가 얼마나 체계적으로 신속하게 대응하느냐에 따라서 피해는 매우 적을 수도 있다”고 했다. 영남 지역에 발생한 대형 산불에 대한 정부 대응이 미흡했음을 지적한 것으로 해석됐다.

이 전 대표는 9일 당대표직 사퇴, 이날 대선 출마 선언에 이어 11일엔 기자회견을 열고 비전과 선거 캠프 인선을 발표한다. 민주당 관계자는 “몰아서 할 수도 있는 일을 사흘로 나눈 건, 주도권을 놓지 않겠다는 의미 아니겠느냐”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