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북한의 해수부 공무원 사살 사건과 관련해 국가안전보장회의(NSC) 회의를 주재하지 않았다. 문 대통령이 “충격적” “매우 유감”이라고 밝힐 만큼 중대한 국민 안전 문제가 발생했는데도 정작 이 문제를 다루는 NSC 회의는 외면한 것이다. 북한의 만행이 일어난 지 이틀이 지난 24일 NSC가 소집됐지만, 그나마도 문 대통령이 주재한 전체회의가 아니라 서훈 국가안보실장이 주재한 상임위 회의였다. 외교가에선 “문 대통령이 북한을 의식해 NSC 회의 주재를 꺼린다”는 말도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오전 경기도 이천시 육군 특수전사령부에서 열린 제72주년 국군의 날 기념식에 참석, 경례를 받고 있다./연합뉴스

문 대통령은 취임 초기에는 NSC 개최에 적극적이었다. 그는 취임 나흘째였던 2017년 5월 14일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쏘자 당시 김관진 안보실장과 한민구 국방부 장관 등 박근혜 전 대통령이 임명한 외교·안보 고위 인사들과 20분간 NSC 회의를 진행했다. 이후 2017년에만 8차례 더 NSC를 주재했다. 이슈는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7월 28일), 6차 핵실험(9월 3일), 장거리 탄도미사일 발사(11월 29일) 등이었다. 북한의 단거리미사일 발사(6월 8일과 7월 4일) 때도 NSC를 주재했다.

문 대통령이 NSC 회의에서 멀어지기 시작한 건 2018년 북한이 평창올림픽에 참가하며 이른바 ‘평화 공세’를 펼치면서다. 2018년 한 해 동안 문 대통령 주재 회의는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 직후인 6월 14일 단 한 차례였다. 2019년 한 해 NSC 전체회의는 하노이 노딜 이후인 3월, 을지태극 훈련 기간인 5월 등 2차례에 그쳤다. 그해 이례적으로 문 대통령이 안보실장 주재의 NSC 상임위 회의에 참석한 적이 있는데, 11월 22일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여부를 최종 결정할 때였다.

평창올림픽, 1·2차 미북 정상회담, 남북 정상회담을 거치며 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친밀도가 커짐에 따라 NSC 전체회의 개최 빈도는 떨어지는 양상이다. 문 대통령은 올해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수차례 발사하고 지난 6월 국민 세금 180억원이 들어간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을 폭파했을 때도 NSC회의를 주재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