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북한의 해수부 공무원 사살 사건과 관련해 국가안전보장회의(NSC) 회의를 주재하지 않았다. 문 대통령이 “충격적” “매우 유감”이라고 밝힐 만큼 중대한 국민 안전 문제가 발생했는데도 정작 이 문제를 다루는 NSC 회의는 외면한 것이다. 북한의 만행이 일어난 지 이틀이 지난 24일 NSC가 소집됐지만, 그나마도 문 대통령이 주재한 전체회의가 아니라 서훈 국가안보실장이 주재한 상임위 회의였다. 외교가에선 “문 대통령이 북한을 의식해 NSC 회의 주재를 꺼린다”는 말도 나온다.
문 대통령은 취임 초기에는 NSC 개최에 적극적이었다. 그는 취임 나흘째였던 2017년 5월 14일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쏘자 당시 김관진 안보실장과 한민구 국방부 장관 등 박근혜 전 대통령이 임명한 외교·안보 고위 인사들과 20분간 NSC 회의를 진행했다. 이후 2017년에만 8차례 더 NSC를 주재했다. 이슈는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7월 28일), 6차 핵실험(9월 3일), 장거리 탄도미사일 발사(11월 29일) 등이었다. 북한의 단거리미사일 발사(6월 8일과 7월 4일) 때도 NSC를 주재했다.
문 대통령이 NSC 회의에서 멀어지기 시작한 건 2018년 북한이 평창올림픽에 참가하며 이른바 ‘평화 공세’를 펼치면서다. 2018년 한 해 동안 문 대통령 주재 회의는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 직후인 6월 14일 단 한 차례였다. 2019년 한 해 NSC 전체회의는 하노이 노딜 이후인 3월, 을지태극 훈련 기간인 5월 등 2차례에 그쳤다. 그해 이례적으로 문 대통령이 안보실장 주재의 NSC 상임위 회의에 참석한 적이 있는데, 11월 22일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여부를 최종 결정할 때였다.
평창올림픽, 1·2차 미북 정상회담, 남북 정상회담을 거치며 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친밀도가 커짐에 따라 NSC 전체회의 개최 빈도는 떨어지는 양상이다. 문 대통령은 올해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수차례 발사하고 지난 6월 국민 세금 180억원이 들어간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을 폭파했을 때도 NSC회의를 주재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