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23일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특별검사(세월호 특검)에 이현주 변호사(62·사법연수원 22기)를 임명했다.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선 2014년 참사 이후 7년간 진상 규명을 위해 기관 7곳이 나서 모두 8차례 수사·조사를 진행했고, 이제 9번째로 특검 수사까지 시작되는 것이다. 세월호 특검은 특검을 상시로 도입하는 내용의 ‘상설특검법’ 통과 후 첫 적용 사례다.
문 대통령은 이날 이현주 특검에게 임명장을 주면서 “세월호 참사는 피해자·유가족뿐 아니라 우리 사회에 큰 상처와 한을 남긴 사건으로, 7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의혹이 남아 있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라고 했다. 이어 “안전한 나라, 사람의 가치를 우선하는 나라가 되기 위해선 세월호 CCTV 데이터 조작 의혹 등에 대해 한 치의 의문도 남지 않도록 수사해 진실을 밝히는 것이 필요하다”며 “세월호 참사 유가족의 아픔에 공감하면서 수사해 달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2월에도 “정부는 할 수 있는 조치를 다 하고 있는데, 유족들이 원하는 방향대로 진상 규명이 좀 더 속 시원하게 아직 잘 안 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했었다. 이 특검은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며, 진상 규명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특검은 세월호 내 CCTV 데이터 조작 여부, 해군·해경의 세월호 DVR(영상녹화장치) 수거 과정 의혹, DVR 관련 청와대·정부 대응 적정성 등에 관해 수사한다. 세월호 사고 원인과 구조 과정의 잘못 등이 아닌 자료 조작 의혹을 조사하려 특검을 하는 것이다. 앞서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사참위)가 작년 9월 “세월호 침몰 당시 상황을 담은 CCTV 영상 데이터를 외부에서 편집한 정황이 있고, 이 데이터가 담긴 영상녹화장치(DVR)가 검찰에 제출될 당시 다른 것으로 바꿔치기 된 의혹 등이 있다”며 특검을 요구했다. 사참위 요구에 따라 작년 12월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4·16 세월호 참사 증거 자료의 조작·편집 의혹 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국회 의결 요청안’이 통과됐다. 이 특검은 이날부터 최장 20일 동안 수사에 필요한 준비를 하고, 이후 60일 내에 수사를 완료해 공소 제기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필요하면 대통령 승인으로 30일 연장할 수 있다.
세월호 참사를 두고선 그간 검찰 수사와 국회 국정조사, 감사원 감사, 해양안전심판원 조사,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 조사, 선체조사위 조사,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사참위) 조사, 검찰 특별수사단 수사 등이 이뤄졌다. 특히 검찰 특수단은 2019년 11월 출범 후 1년 2개월 동안 총 201명을 대상으로 269회에 걸쳐 조사를 진행했다. 임관혁 특수단장은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황교안 전 법무장관의 검찰 수사 외압, 청와대의 감사원 감사 외압, 국정원·기무사의 세월호 유가족 사찰 혐의 등에 대해 모두 ‘무혐의’라고 발표하며 “유족이 실망하겠지만 되지 않는 사건을 억지로 만들 순 없다. 법과 원칙에 따라 할 수 있는 건 다 했다”고 했다. 그동안 검찰 수사에서만 약 400명이 입건되고 150명 넘게 구속 기소됐다. 그러나 사참위는 지난 13일 “특수단 수사 결과에 대해 엄중한 문제의식을 갖고 재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이 변호사가 사회적 약자의 권익을 보호하는 공익적 변호사 활동을 해왔을 뿐 아니라 행정 경험이 풍부해 세월호 참사 특검으로 적임자이기에 추천을 받자마자 바로 재가했다”고 했다. 이현주 특검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대전충청지부장 출신으로,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6~2007년 법무부 인권정책과장에 이어 2016~2017년 민주당 소속 권선택 전 대전시장 당시 정무부시장을 지냈다. 특히 같은 민변 출신이자 대전이 국회의원 지역구인 박범계 법무부 장관과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특검은 김소연 전 대전시의원이 2018년 “박범계 의원 측근인 전직 시의원 A씨 등이 지방선거 전 예비 후보자들에게 불법 선거 자금을 요구했다”고 폭로한 사건과 관련, A씨(징역 1년 6개월) 변호인을 맡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대전 지역 진보 교육감 당선을 위한 시민 단체 활동에도 참여한 경력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