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서해에서 북한군에게 살해당한 뒤 불태워진 해양수산부 공무원 사건과 관련, 청와대가 유족 측의 연락을 피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통일부에 보낸 질의서에도, 청와대 대변인에게 보낸 카카오톡 메시지에도, 해양경찰에 접수한 진정에도 하나같이 제대로 된 회신이 없고, 국가인권위조차 해당 사건을 반년 넘게 ‘조사중'이란 것이다. 작년 10월 문재인 대통령은 실종 공무원의 고등학생 아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모든 과정을 투명하게 진행하고 진실을 밝혀낼 수 있도록 내가 직접 챙기겠다는 것을 약속한다”고 했었다.
피살공무원의 친형 이래진씨는 28일 조선닷컴에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에게 보낸 카카오톡 메시지를 공개했다.
메시지에서 이씨는 박 대변인에게 가능한 시각에 통화를 해줄 것을 요청했다. “VIP 면담을 공식적으로 요청하며, 가능 시간에 통화를 부탁드립니다”라고 적었다. 이씨가 공개한 카카오톡 화면을 보면, 박 대변인은 해당 메시지를 읽고도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은 것으로 나온다.
이씨는 조선닷컴에 “청와대가 의도적으로 유족 측의 연락을 피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된다”고 했다.이어 “벌써 동생이 사망한 지 1년이 다 되어 가는데 순직 인정 여부 등 아무것도 결정된 것이 없다. 월북 여부에 대한 결론도 나지 않았다” “답답한 마음에 여러 차례 박경미 대변인에게 연락을 했지만 연결이 되지 않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번 일을 직접 챙기겠다고 약속했는데 이렇게 유족을 홀대해도 되는 것이냐”고 했다.
또 이씨는 “2월에 통일부장관을 면담하면서 이 사건과 관련한 질의서를 전달했는데 최근 답변이 어렵다는 회신이 왔다”며 “북한군에 의해 가족을 잃었는데 정부는 나 몰라라 하고 있다. 아무도 책임을 지려고 하지 않고 진상규명에 대한 최소한의 의지도 없다”고 정부를 맹비판했다.
유족 측이 지난해 11월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에 신동근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김홍희 해양경찰청장 등에 대한 진정서를 접수한 것도 반년이 지난 지금까지 결론이 나지 않고 있다.
신 의원은 지난해 9월 SNS에 “피격 공무원이 월북했느냐, 안 했느냐로 논란이 있었는데 오늘 해경에서 (공무원이) 귀순 의도를 갖고 월북한 것으로 공식 발표했다”며 “월북은 반국가 중대범죄이기 때문에 월경 전까지는 적극적으로 막고, 그래도 계속 감행할 경우 사살하기도 한다”고 썼다.
해양경찰청은 중간수사보고를 하면서 고인에 대해 ‘정신공황’이라고 지칭하며 도박 송금 기간과 횟수, 금액을 낱낱이 공개해 고인의 인권을 침해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씨는 “인권위는 반년 넘게 조사 중이라는 말만 반복하며 아무런 결론도 내지 않고 있다”며 “도대체 뭘 조사하고 있다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했다.
한편 해수부 어업관리단 소속 공무원이던 이씨의 동생은 지난해 9월 22일 새벽 서해 소연평도 인근 해역에서 실종된 뒤 38㎞ 떨어진 북한 측 해역에서 북한군에 의해 사살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