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21일 국무회의에서 박정희·김대중 전 대통령의 한일 관계 정상화 노력을 언급하며 “한일 관계도 이제 과거를 넘어서야 한다”고 말했다. 징용 배상 해법과 12년 만의 한일 정상회담이 정파적 이익이 아닌 국익을 위한 결단임을 강조한 것이다. 이날 국무회의 발언은 생중계됐고, 윤 대통령은 이례적으로 23분간 발언하면서 그중 20분을 한일 관계에 할애했다. 일종의 대국민 담화 성격이었다.

윤 대통령은 1965년 한일 국교 정상화를 한 박정희 전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에 대해 “굴욕적이고 매국적인 외교라는 극렬한 반대 여론이 들끓었지만, 박 대통령은 ‘일본이라면 무조건 겁부터 집어먹는 것이 바로 굴욕적 자세’라고 지적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박 대통령 결단 덕분에 삼성·현대·LG·포스코와 같은 기업들이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 1998년 당시 오부치 게이조 일본 총리와 ‘21세기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을 선언하고 일본 의회에서 “50년도 안 되는 불행한 역사 때문에 1500년에 걸친 교류와 협력의 역사 전체를 무의미하게 만드는 것은 참으로 어리석은 일”이라고 한 연설도 언급했다. 정치적으로 대립했던 박정희·김대중 전 대통령이 모두 국내 일각의 강한 반발과 모욕 속에서도 일본과 협력하는 길에 나섰고, 그 결과 한국이 경제 발전과 문화의 다양성을 이뤘다는 인식을 나타낸 것이다.

윤 대통령은 “양국 협력을 증진시키기 위한 논의를 더욱 가속화할 것”이라며 화이트 리스트(수출 심사 우대국) 복원을 위해 우리 측이 선제적으로 필요한 법적 절차에 착수할 것을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게 지시했다. 일본 정부의 신속한 후속 조치를 이끌어내기 위한 뜻으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은 NSC(국가안전보장회의) 차원의 ‘한일 경제·안보 대화’도 곧 출범한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이 한일 정상회담에서 밝혔던 지소미아(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정상화 조치는 정부가 이날 일본 측에 서면 통보하면서 마무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