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만 전 대통령 탄생 148주년 기념식이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이화장(梨花莊·이 전 대통령 사저)에서 이승만건국대통령기념사업회(회장 황교안 전 국무총리) 주관으로 열렸다. 문재인 정부 때인 지난해 장관급 참석자가 없었던 것과 달리 이날은 박민식 국가보훈처장(6월 보훈부로 승격 예정), 박진 외교부 장관, 김문수 경제사회노동위원장 등 윤석열 정부 장관급 인사가 세 명이나 참석했다. 이 밖에 이 전 대통령 양자(養子)인 이인수 박사, 최재형 국민의힘 의원(서울 종로), 정운찬 전 국무총리, 독립 유공자 가족 등 15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약 90분 동안 진행됐다.
박 처장은 축사에서 “현재 우리가 누리는 자유와 번영은 이 대통령이 만든 토대 위에서 이뤄졌음을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것”이라며 “비록 과(過)가 있지만 자유 대한민국의 초석을 마련했다는 너무나 큰 공적이 있다”고 했다. 박 처장은 이 전 대통령의 공으로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로의 국가 방향 설정, 유엔군의 6·25 전쟁 파병, 1953년 10월 체결된 한미상호방위조약 등을 언급했다. 박진 장관도 “대한민국의 국력이 선진국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세계 8강의 위치에 있다”며 “한미 동맹 70년을 맞아 건국 대통령의 선구적인 역사적 업적과 위상이 재조명돼야 한다”고 했다.
문재인 정부에선 보훈처장이 이 전 대통령 탄생 기념식에 5년 내내 참석하지 않았다. 매년 7월 치러지는 추모식의 경우 2020년 박삼득 전 처장이 한 차례 참석했지만, 이 전 대통령을 ‘이승만 박사’라고 호칭해 폄훼 논란이 일었다. 박민식 처장은 “건국 대통령이 역사의 패륜아로 낙인찍혀 오랜 시간 음지에서 신음했다”며 “업적을 재조명하는 것이 최소한의 예의이며 의무일 것”이라고 했다. 보훈처는 박 처장이 취임 초부터 강조한 ‘이승만 대통령 기념관’과 관련, “현재 대상 부지 및 사전 조사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곧 가시적인 성과를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여권에서도 이 전 대통령을 재평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정진석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페이스북에서 “대한민국의 평화와 번영은 한미상호방위조약과 한미 동맹이라는 안전판 위에서 가능했다”며 “김정은의 막가파식 공갈이 잘 먹혀들지 않는 것도 굳건한 한미 동맹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거대한 판을 깔아준 이가 우리의 건국 대통령 이승만”이라고 했다. 이 전 대통령은 젊은 시절부터 독립운동에 투신했고, 1919년 중국 상하이에 설립된 임시정부 초대 대통령에 추대됐다. 광복 이후에는 국가 건설을 주도해 대한민국 정부 수립을 선포하고 초대 대통령에 취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