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4일 북한에 강제로 끌려간 납북자 가족을 청와대 영빈관으로 초청해 오찬을 함께했다. 역대 대통령 중 납북자 가족을 만나기는 윤 대통령이 처음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남북 관계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이유 등으로 방치했던 납북자 문제를 풀어가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라고 했다.

참전 용사들에게 '영웅의 제복' - 6·25참전유공자회 손희원(왼쪽 둘째부터) 회장, 김창석 이사, 이하영 이사가 14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국가유공자 및 보훈가족 초청 오찬에서 거수경례를 하자 윤석열 대통령이 박수로 화답했다. 참전용사 세 사람이 입고 있는 상의는 국가보훈부가 새로 만든 ‘영웅의 제복’이다. 참전 유공자들이 유니폼처럼 입던 조끼를 대신하도록 만든 예복이다. /연합뉴스

미국과 일본은 외국에 납치된 자국인 문제를 국정의 최우선 순위에 두고 전방위적으로 대응해 왔다. 2009년 미국은 북한에 억류된 자국민 석방을 위해 클린턴 전 대통령을 북한에 보냈다. 트럼프 대통령도 2018년 북한에서 석방된 미국인 3명을 공항으로 나가 직접 맞았다. 일본의 아베 신조 전 총리는 납북자 문제에 정권의 명운을 걸다시피 했고 납북자 가족들을 수시로 만나 문제 해결을 약속했다.

반면 한국에선 납북자 문제가 역대 정권에서 뒷전이었다. 북한에 강제로 끌려간 납북자는 6·25전쟁 이후에도 3800여 명으로 추산되고, 이 중 516명이 억류됐지만 송환은 이뤄지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에선 북한이 억류한 김정욱 선교사 등 한국인 6명에 대한 송환 노력도 진행시키지 않아 ‘북한 눈치 보기’라는 비판이 일었다.

윤 대통령은 이날 국가유공자와 보훈 가족들을 영빈관으로 초청하면서 최성용 납북자가족모임 대표를 포함했다. 최 대표는 본지 통화에서 “문재인 정부는 북한과 대화한다며 납북자 가족을 한 번도 만나주지 않았다”며 “윤석열 정부의 관심과 노력이 위로가 된다”고 했다. 앞서 김건희 여사도 지난 4월 납북자 가족들과 면담했다. 윤 대통령은 작년 11월 한·미·일 정상회담에서 “기시다 총리와 바이든 대통령은 북한에 억류된 대한민국 국민이 즉각 석방돼야 한다는 데 대한 지지를 표명한다”는 내용의 발표를 이끌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