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전 대통령. /뉴스1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이 26일 “6·25 전쟁을 ‘국제전’으로 부각하며 전쟁의 책임을 모호하게 하는 메시지에 참전용사들이 분노하고 있다”고 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전날 6·25가 ‘미국과 중국의 대리전이었다’고 주장하는 책을 소개하자 “잘못된 가치관을 형성하게 할 수 있다”며 이같이 주장한 것이다. 6·25는 김일성의 적화 통일 야욕에서 비롯된 남침이라는 게 정설이다.

박 장관은 이날 오후 페이스북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께서 올린 글이 자칫 오해와 갈등을 유발하지 않을까 걱정”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6·25 전쟁을 국제전으로 부각하는 일부 지도층의 왜곡된 인식은 전쟁을 경험하지 못한 세대에게 잘못된 가치관을 형성하게 하고 참전유공자에 대한 비하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며 “참으로 우려스럽다”고 했다.

박 장관은 “6·25 참전유공자들을 영웅으로 기억하고 영웅답게 예우하기 위해서는 사회지도층이 전쟁의 책임을 모호하게 하거나 희석하는 분위기를 만들어서는 안된다”며 “그런 분위기가 참전유공자들의 희생을 헛되게 만들고 그들을 더욱 어두운 음지로 몰아낸다”고 했다. 이어 “6·25는 남한을 적화통일하려는 김일성의 야욕이 일으킨 동족상잔의 비극”이라며 “전쟁의 본질을 명확히하고 그 책임을 묻는 것이 참화 속에서 나라를 구해낸 영웅들에 대한 진정한 보답일 것”이라고 했다.

앞서 문 전 대통령은 6·25 전쟁 73주년인 25일 페이스북을 통해 ‘1950 미중전쟁’이란 책을 추천했다. “한국전쟁이 국제전이었음을 보여준다”며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적인 힘이 우리의 운명을 어떻게 뒤흔들었는지 보여주는 책입니다”라고 썼다. 북한 김씨 일가나 스탈린의 추인 아래 이뤄진 남침에 대해 비판하는 얘기는 없었다. 이 때문에 과거 좌파 운동권, 학계에서 신봉하던 ‘미·소 대리전’ 프레임을 연상시키는 것이란 지적이 나왔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도 26일 문 전 대통령이 쓴 추천사를 공유하며 “한국전쟁은 김일성이 일으키고 스탈린이 추인한 도발이고 대한민국을 무력병합하려는 시도였다”며 “그 과오를 부인할 수 없으니 이것을 시각을 바꿔서 미국을 갈등의 시발로 놓고 공산권에서 ‘미국에 항거한 전쟁이다’라는 프로파간다로 써먹는 것”이라고 했다. 이 전 대표는 중국이 6·25를 표현하는 ‘항미원조 전쟁’이란 말에 대해서도 “보편화되어서는 안되는 시각이자 용어”라며 “정치적 의미가 크고 위험하니 저말을 절대 쓰지 말자”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