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 8일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통화를 바탕으로, 미국이 9일부터 한국산 수입품에 대해 부과한 25% 추가 관세를 낮추기 위한 협상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방기선 국무조정실장은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오랫동안 기다린 한 대행과 트럼프 대통령의 통화가 어젯밤 성사됐고, 전반적으로 우호적인 분위기에서 진행됐다”며 “한 대행이 양국 간 무역 균형과 에너지 관련 경제 협력, 안보 협력, 대북 정책 등 다양한 사안에 대해 말했고 트럼프 대통령도 반응했다”고 전했다. 방 실장은 그러면서 “정상 간 대화가 이뤄졌기 때문에, 앞으로 구체적인 대화안을 만들어 (미국) 통상 당국과 사안별로 협상을 시작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한 대행과 트럼프 대통령의 통화에 관해 국무총리실은 전날 “한 대행이 ‘조선, LNG(액화천연가스), 무역 균형 등 3대 분야에서 미국과 한 차원 높은 협력을 할 의지가 있다고 강조했다”고 밝혔다. 총리실 고위 관계자는 한 대행이 이 3대 분야에서의 협력을 먼저 언급했다고 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한 대행과의 통화 직후 자신의 소셜미디어인 트루스소셜에 “우리는 그들(한국)의 막대하고 지속 불가능한 (대미 무역) 흑자, 관세, 조선업, 대규모 미국 LNG 구매에 대한 알래스카 합작 투자, 우리가 제공하는 대규모 군사 보호에 대한 지불(방위비 분담금)에 관해 이야기했다”고 했다.
이에 따르면, 한 대행이 먼저 한국이 미국에 조선 분야에서 도움을 줄 수 있고 미국 알래스카 LNG 사업에 투자할 수 있으며, 미국에 대한 무역 흑자를 줄일 테니 관세를 조정해달라는 취지의 요청을 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정부가 지난해 10월 바이든 행정부와 합의한 방위비 분담금 특별 협정(SMA)을 사실상 파기하고 한국의 분담금을 늘리는 것을 포함해서 협상하자고 한 것이다.
이에 따라 한미 간 협상은 이런 현안들을 한꺼번에 테이블에 올려놓고 진행하는 방식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총리실 고위 관계자는 “관세를 조정하는 것이 (한국 정부의) 최우선 목표”라고 했다. 관세를 낮추기 위해 방위비 분담금을 재협상할 것인지에 대해선 “지금은 말씀드리기 어렵다”면서도 “관세와 방위비(만 연동하는) 패키지(묶음)는 아니고, 한 대행이 말한 것은 LNG와 조선, 무역 균형 등 세 가지”라고 했다.
협상은 이날 미국을 찾은 정인교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을 통해 시작됐다. 총리실 고위 관계자에 따르면, 통화에서 한 대행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우리 통상장관(정 본부장)을 미국에 보냈다”고 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알고 있다”고 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루스소셜에서도 “그들(한국)의 최고 팀은 미국행 비행기를 타고 있고 상황은 좋다”고 했다. 정 본부장은 제이미슨 그리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만나 협의를 시작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