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가 한국과 수교하는 과정에서 의전부터 경호까지 최고의 예우를 갖춰 한국 정부 대표단을 대우했던 것으로 15일 알려졌다.
한국과 시리아는 지난 10일(현지 시각)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에서 조태열 외교부 장관과 아스아드 알샤이바니 외교부 장관이 만나 ‘외교 관계 수립에 관한 공동성명’에 서명하는 방식으로 외교 관계를 맺었다.
외교부 당국자는 15일 기자들과 만나 이번 수교 과정과 관련해 “시리아가 다른 나라에 배정하는 경호 인력의 3배를 동원했다”면서 “조태열 장관 등 정부 대표단이 레바논 국경을 넘어 다마스쿠스에 입성할 때까지 시리아 경호 인력이 수행하는 등 의전 측면에서 상당히 세심히 준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리아 측이 우리 측 고위급 인사가 직접 방문해 수교 서명식을 하는 방안을 강력히 요청했다”고 했다.
특히, 양국 외교장관 회담 이후 시리아 대통령궁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알샤이바니 장관은 직접 운전석에 앉아 옆자리에 조태열 장관을 태우고 이동하는 등 극진히 환대했다고 한다. 아랍권에서는 직접 운전해 외국 방문객을 모시는 것을 ‘최고 예우’ 중 하나로 여겨진다. 지난 2023년 10월 당시 윤석열 대통령이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했을 때도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는 윤 대통령을 자신의 차 옆에 태우고 15분간 직접 운전했다.
정부 대표단은 이번 방문에서 안전 문제로 수행 인원을 최소화했다. 시리아 측은 이런 점을 고려해 수교 과정을 직접 촬영해 조 장관과 알샤라 대통령의 면담이 끝난 뒤 1시간 만에 한국에 촬영 영상을 보내주는 등 수교 공보 업무에도 각별히 신경을 써줬다고 외교부는 전했다.
◇“시리아, 국가재건 경험 있는 한국을 중요 파트너로 인식”
시리아는 수교 과정에서 한국이 “어려운 과정에서도 국가를 재건한 경험이 있다”는 점을 언급하며 향후 재건 분야에서 협력할 것으로 기대한다는 입장도 전했다고 한다. 한국을 중요한 파트너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시리아 측이) 재건 분야에서 한국이 들어와서 많이 좀 도와줬으면 좋겠고 개발 경험도 배우고 싶다”는 메시지를 전했다고 말했다. 독재자 바샤르 알아사드 집권 시기 국제사회의 제재를 받았던 시리아는 향후 제재가 해제되면 오랜 내전으로 붕괴한 국가 재건 사업을 본격 진행할 전망이다.
조 장관도 알샤이바니 장관에게 개발 경험 공유, 인도적 지원, 경제 재건 등 3대 분야에서 협력을 제안했다고 한다. 시리아 측은 한국 경제성장의 비결에 깊은 관심을 보였고 정보기술(IT), 에너지 등 분야에서 한국의 경험을 배우고 싶어 하며 실무 대표단 파견도 희망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시리아는 제재 해제 과정에서도 한국이 역할을 해주기를 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당국자는 “시리아 신정부가 전방위 외교를 통해 국제사회의 일원이 되고자 노력하는 과정에서 전격 수교함으로써 안정적으로 국제사회에 안착하는 데 한국이 기여한 게 아닐까 한다”고 말했다.
외교부는 “지난해 쿠바와의 수교 이후 유일한 미수교국으로 남아 있던 시리아와 이번에 외교 관계를 수립함으로써 우리나라는 191개 유엔 회원국 모두와 수교를 완결하는 역사적 이정표를 세웠다”면서 “그동안 북한과의 밀착으로 관계가 두절되었던 시리아와의 양자 관계에 새로운 협력의 장이 열리게 됐다”고 밝혔다.
조 장관은 수교를 마치고 귀국한 지난 12일 소셜미디어에 글을 올려 “쇠뿔도 단김에 빼라는 말이 있듯이 어렵게 마련된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시리아를 방문했다”면서 “이번 수교는 야구로 치면 마무리 홈런”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상호 공관 개설 문제는 외교 채널을 통해 협의할 예정이다. 우리 측은 우선 주레바논 한국대사관이 겸임할 예정이다.
한편, 조 장관은 베트남 하노이에서 개최되는 제4차 ‘녹색성장 및 2030 글로벌 목표를 위한 연대(P4G)’ 정상회의 참석 및 베트남 양자 공식 방문을 위해 15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출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