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묘지 참배 간 국민의힘 호남 후보들 - 지방선거에서 광주 지역에 출마했던 주기환(왼쪽 둘째) 광주시장 후보 등 국민의힘 후보들이 2일 광주 북구 국립5·18민주묘지를 참배하고 있다. /뉴시스

호남 지역 선거에서 국민의힘과 무소속 후보들이 약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민주당으로선 전국 선거 완패에, ‘텃밭’인 호남에서도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 민주당 안에서도 “겉으로 보이지 않는 내상(內傷)이 심각하다”는 말이 나왔다.

민주당은 이번 선거에서 호남 지역 광역단체장 3곳 모두와 기초단체장 41곳 중 31곳을 이겼다. 호남 지역의 민주당 한 의원은 “겉으로 보면 과거 선거와 다르지 않은 압승이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좀 다르다”고 했다.

우선 국민의힘 득표율이 눈에 띄게 올랐다. 국민의힘 광역단체장 후보들은 이번에 3명 모두 득표율 15%를 넘었다. 주기환 광주시장 후보가 15.90%, 조배숙 전북지사 후보는 17.88%, 이정현 전남지사 후보는 18.81% 득표율을 기록했다. 2018년 선거 때 국민의힘 전신인 자유한국당이 광주와 전남에서는 아예 후보조차 내지 못했던 것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차이다.

국민의힘 후보들은 15% 득표율을 넘으면서 선거 비용도 전액을 보전받을 수 있게 됐다. 선거에서 10~15%를 득표하면 선거 비용 절반을, 15% 이상 득표하면 전액을 보전받을 수 있다. 국민의힘 김철근 당대표 정무실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이제 호남에서도 많은 분이 국민의힘 이름으로 민주당과 당당히 경쟁하고 선출직 공직 문을 두드릴 수 있는 여건과 토대가 마련됐다”고 했다. 민주당으로서는 위기를 느끼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여기에 국민의힘 득표율은 지난 3월 대선 때보다 더 오른 수치다. 대선 때 윤석열 대통령은 광주에서 12.72%, 전북에서 14.42%, 전남에서 11.44%를 득표했다. 단순 비교하면 3개월여 만에 광주와 전북에서 3%포인트씩, 전남에서는 7%포인트 이상 오른 것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대선과 지선을 단순 비교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지만, 국민의힘 지지도가 오름세에 있는 분위기는 분명한 것 같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정당 득표에서도 민주당에 이어 2위 자리에 올랐다. 광주시의회에서 총 23석(비례3석) 중 비례 1석을 확보했는데, 국민의힘 계열 정당이 광주시의회 의원을 배출한 건 1995년 제1회 지방선거 이후 27년 만의 일이다. 전북도의회에서도 총 40석(비례 4석) 중 비례 1석을, 전남도의회에서도 총 61석(비례6석) 중 비례 1석을 확보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1석이지만, 특히 호남에서 1석이 있고 없고는 엄청난 차이”라고 했다.

광주 지역이 전국에서 투표율 꼴찌(37.7%)를 기록하는 등 호남 지역 투표율이 전반적으로 낮은 것도 민주당으로선 고민이 되는 부분이다. 광주가 지역구인 한 의원은 “40%를 밑도는 투표율은 너무 큰 충격이었다”며 “대선 패배에 실망해 투표장을 안 찾은 유권자가 많았던 것으로 보이는데 이런 ‘정치 기피·혐오’ 현상이 계속 이어질까 걱정”이라고 했다.

그런 가운데 무소속 강세도 계속됐다. 전북에서는 무주, 임실, 순창 등 3곳에서, 전남에서는 목포, 순천, 광양, 강진, 진도, 무안, 영광 등 7곳에서 무소속 후보가 당선됐다. 지난 2018년 때의 7명보다 3명이 늘어났다. 다만 당시엔 민주평화당 후보도 5명이 당선됐었다.

민주당 내에서는 “호남에서 ‘민주당=당선’이라는 오만부터 버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 의원은 “이번 선거에서도 곳곳에서 고소·고발전에 음해가 벌어졌다”며 “경선 잡음으로 공천을 못한 지역(강진)까지 나왔는데, 이런 식으로 하면 다음 선거 때는 더 상황이 안 좋아질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다른 의원은 “무소속은 원래 보통 10명 안팎씩 당선됐고, 국민의힘 득표율은 투표율이 너무 낮아 생긴 착시 현상”이라며 “민주당이 앞으로 조금만 잘하면 금방 회복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