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권익위원회는 30일 국제투명성기구의 2023년도 국가청렴도(CPI·부패인식지수) 조사에서 한국이 180국 가운데 32위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년도에 비해 순위는 한 계단 하락했으나, 점수는 100점 만점에 63점으로 역대 최고 점수를 유지했다.
국가청렴도는 각국 공공·정치 부문의 부패 수준을 평가하는 국제 지표로, 점수가 높을수록 청렴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의 국가청렴도는 2012년 지표 체계가 개편된 뒤 2016년 53점, 52위로 최저치를 기록했다가 이후 급속히 개선돼 2022년에 63점으로 31위를 기록했다. 2023년에는 카보베르데의 국가청렴도가 상승하면서 한국의 상대적인 순위가 낮아졌다.
국가청렴도가 가장 높은 국가는 덴마크로 90점이었고, 핀란드(87점), 뉴질랜드(85점), 노르웨이(84점), 싱가포르(83점), 스웨덴·스위스(각 82점)가 그 뒤를 이었다. 독일(78점)이 9위, 캐나다(76점)가 12위, 일본(73점)이 16위였고, 프랑스·영국(각 71점)이 20위, 미국(69점)이 24위, 대만(67점)이 28위였다.
다만 한국의 국가청렴도는 절대적으로 높은 편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70점을 넘어야 ‘사회가 전반적으로 투명한 상태’로 평가되고, 한국(63점)이 있는 50·60점대는 ‘절대적인 부패로부터 벗어난 정도’로 해석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38국 가운데서도 22위로 중위권이다.
권익위는 이번 결과에 대해 “청탁금지법, 이해충돌방지법 등 반부패 법·제도 내실화, 보조금 등 부정 수급 관리 강화를 통한 공공 재정 누수 방지, 채용 비리와 같은 사회적 부패 현안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 등 반부패 정책 추진 노력과 성과가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국가청렴도가 더 오르지 못한 것에 대해선 “선거관리위원회 고위 공직자 자녀 특혜 채용 등 국민의 상대적 박탈감을 심화시키는 부패 문제가 발생하면서 대내·외 인식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했다. 국가청렴도가 기업인을 대상으로 하는 설문조사 결과와 전문가 평가 결과 등을 종합해 측정되는 만큼, 부패 사건을 적발해 발표하면 설문조사 결과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쳐 오히려 순위가 하락한다는 것이다.
권익위는 “우리나라가 명실상부한 청렴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해 반부패 정책 추진에 역량을 집중하겠다”며 이권 카르텔 단속, 현장의 관행적인 부정부패 단속, 공공 재정 부정 수급, 청탁금지법 합리화, 부패 취약 분야 발굴 및 선제적 대응, 공공 기관 채용 실태 전수 조사, 부패 신고자에 대한 보호 강화 등에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북한의 국가청렴도는 17점으로 적도기니, 아이티, 니카라과와 함께 172위를 기록했다. 북한보다 순위가 낮은 국가는 예멘(16점), 남수단·시리아·베네수엘라(각 13점), 소말리아(11점)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