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경제부총리가 21일 국무회의에서 최근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한 ‘KBS 수신료와 전기 요금의 통합 징수 강제’ 방송법 개정안 등 법안 3개에 대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할 것으로 20일 알려졌다. 최 대행은 민주당이 두 번째로 강행 처리한 내란 특검 법안에 대해서는 여야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고, 위헌 소지가 남아 있다고 보고 거부권 행사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방송법 개정안은 KBS·EBS 수신료를 한국전력공사가 전기 요금을 징수할 때 함께 걷도록 강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KBS 수신료는 1994년부터 전기 요금과 함께 부과돼 왔으나, 윤석열 정부는 2023년 7월 방송법 시행령을 개정해 수신료와 전기 요금을 분리 징수하도록 했다. 헌법재판소도 분리 징수가 합헌이라고 판단했고 지난해 7월 분리 징수가 시작됐다. 그러자 민주당이 통합 징수로 되돌아가도록 방송법 자체를 고쳐버린 것이다.
최 대행은 ‘반인권적 국가 범죄의 시효 등에 관한 특례 법안’에도 거부권을 행사한다. 이 법안은 수사기관의 증거 왜곡과 직권남용 등을 ‘반인권적 국가 범죄’로 규정하고, 공소시효와 손해배상 청구권 소멸 시효를 없애버리는 내용이다. 이를 두고 여권에서는 “민주당 이재명 대표 사건을 수사하는 검사들을 압박하기 위한 법”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민주당은 그간 검찰이 이 대표 사건을 조작하기 위해 증인에게 위증을 강요하고 증거를 조작했다고 주장해 왔기 때문이다. 일선 경찰과 검사, 검찰 수사관 등이 평생 보복성 고소·고발에 시달리게 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최 대행은 AI(인공지능) 교과서를 ‘교육 자료’로 격하하는 내용의 초·중등교육법 개정안도 재의를 요구한다. 윤석열 정부는 교육 현장에 종이 교과서뿐 아니라 AI 디지털 교과서도 도입하겠다고 했는데, 이에 반대해온 민주당은 디지털 교과서는 정식 교과서가 될 수 없도록 법을 고쳤다.
최 대행은 이 법안들이 여야 합의 없이 일방적으로 통과됐고, 소관 부처들도 해당 법안에 반대하고 있다는 것을 거부권 행사 이유로 들 것으로 알려졌다. 최 대행은 앞서 내란·김건희 특검 법안,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개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