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최재해 감사원장에 대한 국회의 탄핵 소추를 기각한 13일 오전 최 원장이 서울 종로구 감사원으로 출근하고 있다. /박성원 기자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 진보당이 지난해 12월 5일 최재해 감사원장을 탄핵 소추하면서 든 사유 중에는 감사원이 선거관리위원회의 채용 비리와 문재인 정부 시절 벌어진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배치 고의 지연 의혹,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전현희(현 민주당 의원) 국민권익위원장의 근무 태만 의혹 등을 감사한 것이 위법이라는 주장이 있었다. 그러나 헌법재판소는 13일 탄핵 소추를 기각하면서, 감사원이 이 감사들을 실시한 것에 문제가 없었다는 결론을 내렸다.

◇野 “선관위 감사는 위법” 헌재 “최 원장과 감사위원들이 합의한 감사”

민주당 등 야당은 최 원장에 대한 탄핵 소추 의결서에서 “감사원이 헌법 기관에 대한 감사 권한이 있는지가 결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2023년 7월 17일 헌법 기관인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대해 ‘자녀 특혜 채용’ 감사에 착수해 9개월 넘게 대대적인 감사를 진행했다”며 “감사원은 당시 선관위가 포렌식에 응하지 않자 PC를 봉인하는 방식으로 강하게 대응하며 직무 감사를 하는 등 위법한 감사를 실시했다”고 했다.

감사원이 이 감사를 통해 지난달 27일 내놓은 결과가 ‘선관위가 최근 10년간의 모든 경력직 채용에서 규정을 878건 위반했고, 선관위 간부 자녀와 친인척들이 특혜 채용됐다’는 것이었다. 전 중앙선관위 사무총장·차장 등 선관위 고위직들은 감사원의 수사 요청에 따라 검찰 수사와 재판을 받고 있고, 중앙선관위는 지난 5일 특혜 채용을 국민들에게 사과하고, 감사원이 징계를 요구한 직원들을 엄중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헌재는 지난달 27일 감사원의 선관위에 대한 감사가 선관위 권한을 침해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면서도 헌재는 이날 최 원장에 대한 탄핵 소추를 기각하면서 “중앙선관위에 대한 감사는 (최 원장과 감사위원 6인으로 구성되는) 합의제 기관인 감사위원회의의 의결에 따라 실시된 것”이라며 최 원장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했다.

◇野 “사드 배치 감사는 표적 감사” 헌재 “정치 중립 상실이라 볼 수 없어”

민주당은 “최 원장이 문재인 정부 당시 사드 배치가 의도적으로 지연됐다며 정의용 전 국가안보실장 등 4명을 대검찰청에 직권 남용 혐의로 수사 의뢰했다”면서 “전 정권 공직자들을 표적 삼아 정책 결정에 대해 감사했다”고도 했다.

이는 감사원이 문재인 정부 청와대가 사드의 한국 정식 배치를 늦췄다는 의혹을 감사하는 것을 문제 삼은 것이었다. 감사원은 지난해 11월 정의용 전 안보실장과 서주석 전 안보실 1차장, 정경두 전 국방부 장관, 이기헌(현 민주당 의원) 전 대통령비서실 시민참여비서관 등 4명을 군사기밀보호법 위반과 직권 남용 등의 혐의로 검찰에 수사 요청했다. 이들이 사드 미사일 교체를 위한 한미 연합 작전의 작전명과 작전 일시, 작전 내용 등을 사드 반대 시민단체와 주한 중국 대사관 등에 사전에 유출한 정황을 포착했기 때문이었다.

이에 대해 헌재는 “감사원법에 따르면 감사원은 감사 결과 범죄 혐의가 인정될 때는 이를 수사 기관에 고발해야 하고, 감사원의 수사 요청에 따라 일부 혐의자에 대해서는 압수수색영장이 발부돼 수사가 진행 중”이라며 “이 수사 요청이 정치적 중립성을 상실한 것으로서 법에 반한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헌법재판소가 최재해 감사원장에 대한 국회의 탄핵소추안을 기각한 13일 오전 서울 종로구 감사원으로 최 원장이 업무복귀를 하고 있다. /박성원 기자

◇野 “서해 피격 감사는 기밀 누설” 헌재 “근거 없어”

민주당은 감사원이 문재인 정부가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을 은폐·왜곡했다는 의혹을 감사하고 2022년 10월 14일 중간 결과를 발표하고 서훈 전 안보실장, 서욱 전 국방부 장관 등 20명을 검찰에 수사 요청한 것도 최 원장 탄핵 사유로 들었다.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에 대한 감사가 종료되지 않았음에도 공개적인 검찰 수사 요청이라는 이례적인 방식으로 중간 감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확정되지 않은 감사 내용을 공개했다”는 것이 위법이라는 것이다. 또 “최 원장이 문재인 정부가 의도적으로 우리 국민을 보호하지 않고 월북으로 몰아갔다는 공세를 펴기 위해, 감사 과정에서 알게 된 1급 군사기밀을 누설했다”고도 주장했다.

그러나 헌재는 “감사원은 감사 결과 범죄 혐의가 있다고 인정할 때에는 이를 수사 기관에 고발하여야 하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수사 요청이 위법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또 군사기밀 누설 주장에 대해서도 “감사원이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감사와 관련해) 작성·배포한 보도 자료 중 청구인이 주장하는 부분이 군사 1급 비밀에 해당한다는 사실을 인정할 만한 아무런 자료가 없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2023년 12월 이 사건과 관련해 ‘문재인 정부 청와대 안보실과 해양경찰청, 통일부, 국방부 등 관계 기관들이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대준씨가 북한 해역에 살아 있었는데도 구호 조치를 하지 않았고, 이씨가 살해돼 소각된 사실을 안 뒤에는 사건을 은폐하기 위해 비밀 자료를 삭제하고 실종·생존 상태인 것처럼 언론에 알렸다’는 결론을 냈다. 감사원은 ‘이씨가 숨진 것으로 언론에 발표된 뒤에는 부정확한 사실을 근거로 이씨를 자진 월북한 것으로 몰아갔다’고도 지적했다.

◇野 “전현희 감사는 무고” 헌재 “다수 제보 근거로 한 감사”

민주당은 최 원장이 “2021년 감사를 한 국민권익위원회에 대해 이례적으로 1년 만인 2022년 ‘권익위 고위 관계자의 제보와 언론 보도가 있었다’며 전현희 위원장에 대한 표적 감사를 개시했다”고도 했다. 또 감사원이 전 위원장 감사 도중 전 위원장의 비위 혐의에 관한 수사를 검찰에 요청한 것은 “명백히 불법한 수사 의뢰”라며 “무고죄에 해당하는 범죄 행위”라고 했다.

감사원은 2023년 6월 전현희 권익위원장과 권익위에 대한 감사에서 전 위원장이 권익위가 2020년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에게 유리하게 이해충돌방지법을 유권해석하는 과정에 관여했고, 그러면서도 권익위가 자신의 개입을 숨기는 보도 자료를 배포하게 했다고 지적했다. 또 전 위원장이 세종청사 사무실에서 정상 근무해야 하는 날 가운데 93.3%를 지각했고, 전 위원장 수행 비서는 출장 명목으로 교통비와 숙박비를 허위 청구해 2400여 만원을 빼돌렸다고 발표했다.

이것이 불법 표적 감사였다는 민주당 주장에 대해 헌재는 “권익위원장을 포함한 소속 공무원의 위법·부당 행위를 바로잡기 위한 감찰은 모두 감사원의 직무 감찰 사항에 해당한다”며 “이 사건 감사가 감사원의 권한 범위를 넘어선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헌재는 또 “이 감사는 다수의 제보를 근거로 실시한 감사로, (2021년에 한) 정기 감사와 목적·대상이 달라, 두 감사가 시기적으로 근접해 실시됐다고 해서 감사 목적에 반한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헌재는 또 “감사 보고서에 권익위원장의 근태 등에 대한 문제점이 구체적으로 기재돼 있다”며 “(전 위원장에 대한 감사원의) 수사 요청이 허위 사실을 신고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고, 무고죄에 해당한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