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일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 주재 국무회의를 열어, 여야가 지난달 20일 국회에서 합의 처리한 ‘연금 개혁’ 법안을 법률로 공포하기로 의결했다. 한 대행은 법안에 재의 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하지는 않았으나, “미래 세대가 짊어져야 할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한 구조 개혁에 본격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야가 지난달 20일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한 국민연금법 개정안은 국민연금 보험료율(소득에서 내는 돈의 비율)을 현행 9%에서 13%로, 소득 대체율(받는 돈의 비율)을 40%에서 43%로 인상하는 내용이다. 군 복무를 이행하거나 아이를 낳은 사람에게 국민연금을 더 오래 납부한 것으로 쳐주는 군·출산 크레디트(credit)를 대폭 확대하는 내용도 담겼다. 국민연금 보험료를 6개월 더 납입한 것으로 인정해주던 군 복무 크레디트는 12개월로, 둘째 자녀부터 최대 50개월까지 더 납입한 것으로 인정해주던 출산 크레디트는 첫째 자녀를 낳은 때부터 12개월 더 납입한 것으로 인정해주고 상한은 없앴다. 보험료 지원 대상을 저소득 지역 가입자로 확대하고, 국가가 국민연금 지급을 보장하는 문구도 명문화했다.
정부·여당은 국민연금 고갈을 막기 위해 소득 대체율은 가급적 높이지 말고 보험료율만 높여야 하고, 경제 상황에 따라 연금액을 조정하는 ‘자동 안정 장치’를 도입해야 한다는 입장이었으나, 민주당과의 협상 끝에 자동 안정 장치 도입 없이 보험료율·소득 대체율을 함께 올리는 것으로 합의됐다. 자동 안정 장치 도입 등 ‘구조 개혁’은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를 구성해 논의하기로 했다. 이 때문에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 등이 한 대행에게 이번 국민연금법 개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고, 연금 개혁 논의를 다시 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한 대행은 이날 국무회의를 주재하며 “이번 법안은 2022년 8월, 정부가 모수 개혁과 구조 개혁의 방향성을 제시한 후, 대국민 의견 수렴과 여·야·정 간 끊임없는 숙의 과정을 거쳐 2년 7개월 만에 도달한 결실”이라며 “2007년 이후 18년 만에 이루어진 이번 연금 개혁으로, 노후 소득 보장 강화와 함께 국민연금 기금은 최대 15년이 늘어난 2071년까지 보다 안정적으로 운영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서 “대한민국의 지속 가능성을 위한 필수적 과제인 국민연금 개혁에 지혜를 함께 모으고 대승적으로 협조해 주신 여야 정치권에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한 대행은 그러면서도 “모수 개혁이 마무리된 만큼, 이제 우리 미래 세대가 짊어져야 할 부담을 최소화하면서도 지속 가능한 연금 재정 구축을 위한 구조 개혁에 본격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했다. 한 대행은 “다행히 지난주 국회에서 구조 개혁 등을 논의하기 위한 연금개혁특위가 구성됐다”며 “정부도 적극 참여하고 협력하겠다”고 했다.
한 대행은 “국민연금은 초고령 사회를 맞은 대한민국에 든든한 버팀목이자 사회 통합의 핵심 수단”이라며 “정부는 청년층을 포함해 각계각층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국민연금이 그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