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8일 마용주 대법관 후보자와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임명하고 이완규 법제처장과 함상훈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신임 헌법재판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이·함 후보자는 오는 18일 임기(6년) 만료로 퇴임하는 문형배·이미선 헌법재판관 후임이다. 문·이 재판관은 문재인 전 대통령이 지명·임명한 대통령 몫 헌법재판관이다. 한 대행이 대통령 몫 재판관 지명권을 행사하자 더불어민주당은 “한 대행이 위헌·위법적으로 대통령 인사권을 행사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한 대행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 앞서 발표한 ‘국민께 드리는 말씀’을 통해 문형배·이미선 재판관의 후임을 지명한 것과 관련해 “경제부총리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언제든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될 수 있는 상태에서, 헌재 결원 사태가 반복돼 헌재 결정이 지연될 경우 대선 관리와 필수 추경 준비, 통상 현안 대응 등에 심대한 차질이 불가피하고, 국론 분열도 다시 격화할 우려가 크다”고 했다. 마용주 대법관과 마은혁 헌법재판관은 작년 12월 국회 인사청문회와 본회의 임명 동의, 선출 절차를 거쳤다.
한 대행은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이완규·함상훈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임명할 예정이다. 국회가 인사청문요청안을 받고 20일 안에 두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하지 않거나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채택하지 않은 경우, 한 대행은 10일 이내에 국회에 경과보고서 송부를 요청할 방침이다. 국회가 그래도 경과보고서를 보내지 않으면 한 대행은 두 후보자를 임명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이날 “헌재 구성은 선출된 대통령이 하는 것”이라며 “한 총리에게는 그런 권한이 없다. ‘오버’한 것 같다”고 했다. 황정아·윤종군 대변인은 “한 대행이 정신이 나갔다” “스스로 탄핵을 유도하는 것 같다”고 했다. 민주당은 한 대행의 헌법재판관 후보자 지명과 관련해 헌재에 권한쟁의 심판과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에선 한 대행을 다시 탄핵 소추하자는 주장도 나왔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한 대행에게 지명 철회를 요구하고, 한 대행이 보내오는 인사청문요청안을 접수하지 않겠다고 했다. 다만 헌법에는 대통령 권한대행이 대통령의 권한을 어디까지 행사할 수 있고 없는지와 관련한 조항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