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8일 지명한 이완규(64) 헌법재판관 후보자는 현 정부 출범과 함께 법제처장에 임명돼 재직해 왔다. 이 후보자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서울대 법대 79학번, 사법연수원 23기 동기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재임 중 ‘검사와의 대화’를 할 때 참여한 검사 출신이다.

그래픽=양인성

이 후보자는 인천지검 부천지청장으로 근무하던 2017년 문재인 당시 대통령이 대전고검 검사로 있던 윤 전 대통령을 서울중앙지검장으로 파격 발탁하자, “청와대 주도로 전례 없는 인사가 이뤄졌다”고 비판하면서 검찰을 떠났다. 하지만 2020년에는 검찰총장이던 윤 전 대통령이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 주도로 징계를 당하자, 윤 전 대통령이 낸 징계 취소 행정 소송을 대리했다. 검찰 출신 원로는 “이 후보자는 헌법에 전문성이 있는 검사였다”고 했다.

이 후보자는 한덕수 총리와 최상목 경제부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는 동안 민주당이 국민의힘 반대에도 강행 처리한 법안들에 대한 재의 요구권 행사와 관련해 법적 조언을 했다. 최상목 대행 시절에는 헌재가 한덕수 총리에 대한 탄핵 심판을 선고하기 전까지 마용주 대법관 후보자와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임명하는 것은 위헌·위법 소지가 있다는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헌재가 대통령 권한대행 탄핵소추안 가결 요건이 ‘재적 의원 과반수 찬성’이 아닌 ‘3분의 2 이상 찬성’이라고 판단하면, 최 대행 체제가 법적으로 무효화될 수 있어 임명권 행사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취지였다.

이 후보자는 윤 전 대통령이 선포한 12·3 비상계엄이 해지된 작년 12월 4일 저녁 서울 종로구 삼청동 대통령 안가에서 회동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일었다. 당시 회동에는 이 후보자와 이상민 당시 행정안전부 장관, 박성재 법무부 장관, 김주현 대통령실 민정수석이 참석했다. 이 후보자는 당시 회동이 계엄 선포 전에 약속됐던 저녁 자리였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은 내란 방조와 증거인멸 혐의가 있다며 그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발했다. 이와 관련해 경찰 국가수사본부 특별수사단은 이 후보자를 지난해 12월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이 후보자는 12·3 비상계엄 선포와 관련해서는 “대통령이란 사람이 계엄을 하면서도 (국무위원들과) 상의 한번 안 했다”며 윤 전 대통령에게 실망감을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작년 12월 31일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이 주재한 국무회의 자리에서였다고 한다. 이 후보자는 서울대 법대 재학 중이던 1980년 5·18민주화운동의 실상을 알리는 유인물을 배포한 혐의 등으로 구속 수감된 적이 있다. 이 후보자는 이 일로 2008년 5·18민주화유공자로 인정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