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5일 태풍 ‘마이삭’으로 인해 함경도에서 큰 피해가 발생한 것과 관련, 그 책임을 물어 함경남도 도당위원장 등 간부들을 경질한 뒤 수해 현장을 둘러봤다. 그러면서 함경남·북도 지역의 피해 복구를 위해 평양에서 당원 1만2000명을 차출, 최정예 ‘수도 당원 사단’을 조직해 급파하겠다고 했다. 대북 제재와 코로나에 이어 태풍 피해까지 커지자 당 간부들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평양의 지원 인력까지 투입하면서 민심 달래기에 나섰다는 관측이 나온다.
북한 노동신문은 6일 김정은이 함경남도 당 정무국 회의에 본인 명의의 공개서한을 보내 “당 중앙은 수도의 우수한 핵심 당원 1만2000명으로 함경남·북도에 각각 급파할 최정예 수도당원 사단들을 조직할 것을 결심하였다”고 강조했다. 노동신문에 따르면 이번 태풍으로 함경남도 단천시와 신포시, 홍원군 등 해안선 지대의 10여 시군에서 1000여 가구가 무너지고 적지 않은 공공 건물과 농경지들이 침수됐다.
이날 정무국 확대회의에서는 태풍 피해 책임을 물어 함경남도 도당위원장 김성일을 해임하고 후임에 ‘당 조직지도부 부부장’을 임명했다. 지난달 27일 8호 태풍 ‘바비’ 때 황해도를 방문해 “이만한 것도 천만다행”이라며 간부들을 격려한 것과는 전혀 다른 대응이다. 국책 연구소 관계자는 “김정은이 ‘민심 안정을 위한 행보’를 보이는 것은 그만큼 민심이 악화되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했다.
한편, 이번 태풍으로 민간이 큰 피해를 본 것과 대조적으로 북한의 잠수함 건조 기지인 신포 조선소 일대는 타격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북한 전문 매체 38노스는 위성사진 분석을 통해 “신포 조선소는 지난 몇 주 동안 이어진 폭풍에도 거의 피해를 보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미국의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오히려 신포 조선소에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시험 발사 준비를 암시하는 활동이 포착됐다고 밝혔다. CSIS는 “이번 활동이 SLBM 시험대에서 발사된 북극성 3호의 시험 발사를 위한 준비 작업이 벌어지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