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헤이그에 있는 국제형사재판소(ICC). /연합뉴스

해양수산부 공무원을 사살한 북한을 국제형사재판소(ICC)에 제소해야 한다는 주장이 25일 대북 인권단체들을 중심으로 커지고 있다. ‘한반도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모임’ 김태훈 대표는 25일 본지 통화에서 “문재인 정부가 이번 사건을 국제형사재판소에 회부할 수 있도록 적극 나서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북한은 ICC 관할 범죄를 결정하는 ‘로마 조약’ 미가입국이라 회부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유엔 안보리가 ‘강제 관할권’을 행사해 북한을 재판에 직권 회부할 수도 있지만, 상임이사국인 중국과 러시아가 반대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2010년 북한의 연평도 포격에 대해 당시 국제형사재판소 검찰은 불기소 처분을 했다. 우리 정부의 문제 제기에도 전쟁 범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본 것이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피해자 유족에 대한 실질적 배상을 위해 국내 소송을 제기하는 편이 낫다고 했다. 전환기정의워킹그룹(TJWG) 신희석 연구원은 “국내 법원에서 형법과 국제형사재판소 관할 범죄의 처벌 법률을 적용해 북한으로부터 배상을 받아내는 방법이 가장 쉽다”고 했다.

2015년 북한에 억류됐다 숨진 미국 청년 웜비어의 부모는 북한을 상대로 미국 법원에 손해배상 소송을 낸 뒤 약 5억 달러의 배상 판결을 받아냈다. 부모는 이 판결을 근거로 북한이 세계에 숨겨놓은 자산을 추적해 일부 대금을 받아내고 있다.

신범철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안보전략센터장은 “웜비어 경우처럼 이번 사태에도 국내 법원을 통해 충분히 북한의 배상책임을 요구할 수 있다”며 “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경문협)이 국내 기관으로부터 받아낸 북한의 저작권료를 환수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했다.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이사장을 맡고 있는 경문협은 2005년부터 북한 저작물에 대한 저작권료 명목으로 국내 방송사, 출판사 등으로부터 약 20억원을 받아 보관하고 있다.

법원은 지난 7월 6·25 국군포로 두 명이 북한을 상대로 국내 법원에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북한은 각각 21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소송을 대리한 김현 전 대한변협 회장은 “지난달 법원으로부터 경문협 저작권료에 대한 추심·압류 결정까지 받아놓은 상태지만 경문협 측이 항고해 절차가 진행 중”이라며 “공무원 피격 사건 역시 배상을 받아낼 수 있는 선례가 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