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청년동맹 간부, 교원 등 20~30대 엘리트 청년들을 지방의 열악한 산업 현장에 집중 투입하는 정황이 포착됐다. 겉으로는 청년들이 스스로 탄원(청원)한 것으로 포장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선택 여지 없이 험지로 내몰리는 상황으로 보인다. 고위 탈북자 A씨는 “지금 김정은의 큰 고민 중 하나가 남한 문화와 경제난에 동요하는 MZ세대 청년들”이라며 “이들을 열악한 산업 현장에 흩어놓고 딴맘 못 먹도록 정신 교육을 하겠다는 의도 같다”고 했다.
노동신문은 29일자 1면 전체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청년절(8·28)을 맞아 청년들에게 보낸 축하문으로 채웠다. 제목은 ‘사회주의 건설의 어렵고 힘든 전선들에 탄원·진출한 미더운 청년들에게’다. 김정은은 “내가 무엇보다 기쁜 것은 뒤떨어졌던 청년들이 조국을 위해 자기를 바칠 훌륭한 결심을 하고 어렵고 힘든 부문에 진출하는 것으로 인생의 새 출발을 한 것”이라고 했다. 또 “온갖 나약하고 흐리터분한 잔재들을 태워버리면 조선 혁명의 승리의 시간표가 앞당겨진다”고 했다.
‘뒤떨어짐’ ‘나약하고 흐리터분’이란 표현에 김정은이 현재 청년층을 바라보는 시각이 녹아있다는 분석이다. 김정은은 청년층이 이렇게 된 원인을 ‘끈질긴 사상 문화적 침투 책동으로 청년 대오를 변질·와해시키려는 제국주의자들의 기도’ 탓으로 돌렸다. 나약한 청년들의 새 출발을 위해 한국 등 외부 세력의 사상·문화가 침투하기 어려운 격·오지에 가둬놓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
김정은이 언급한 ‘미더운 청년들’은 전날 평양에서 노동당과 청년동맹 고위 간부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김정은 축하문 전달 모임’에서 토론했다. 최전방 산골 학교 근무를 자청한 사리원 사범대학 졸업생, 옥도 협동농장 근무를 탄원한 남포시 용강군 청년동맹위원회 지도원, 강원도 목장으로 가겠다고 한 평양 고급 상점 직원 등이었다.
안보 부서 관계자는 “선봉대 격 청년들이 탄원(자청)의 운을 띄우고 김정은이 친히 격려했으니 곧 경쟁적으로 대대적 동조 탄원 열풍이 불 것”이라며 “수많은 북한 청년이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북한판 삼청교육대에 끌려가는 셈”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