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매체가 13일 ‘원인을 알 수 없는 열병’이 지난 4월 말부터 퍼지고 있다면서 35만명에 이르는 유열(발열)자가 나왔다고 공식적으로 밝힌 가운데, 매체가 언급한 시기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열병식 노고를 치하한다면서 수만 명을 불러 모아 57차례나 기념사진을 촬영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7일 방송된 MBC 통일전망대 영상에 따르면, 김정은은 지난달 25일 북한이 조선인민혁명군 창설 90주년을 맞아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대규모 열병식을 행사를 한 뒤, 후속 행사로 자신과 사진을 찍는 이른바 ‘1호 사진’ 촬영 행사에 수만 명 인파를 동원했다. 김정은은 일주일에 걸쳐 유공 주민들과 조(組)를 나눠 함께 사진을 찍었는데, 공개된 사진만 57장에 달한다.
실제로 조선중앙TV 영상을 보면, 김정은은 열병식 이틀 뒤인 지난달 27일, 평양 미림비행장에서 열병식에 참가한 장병들과 사진 촬영을 했다. 비행장 부지에 설치 철제 계단 구조물에 적게는 300명, 많게는 800명 가량이 조를 이뤄 줄지어 도열해 있으면, 김정은이 자리를 옮기면서 이들과 사진을 찍는 식으로 기념사진 촬영 행사는 진행됐다. 이렇게 찍힌 사진은 29장. 김정은은 대략 1만명에 육박하는 인원과 ‘노마스크’로 사진을 찍은 것이다.
이 외에도 김정은은 행사를 방송한 조선중앙TV 직원들과도 기념사진을 찍었고, 28일에도 재차 열병식 참가 군인들과 평양에서 기념 촬영을 했다. 같은 달 28일에는 평양 시민들과 1호 사진을 찍었다. 30일엔 군 최고위 간부들과 촬영한 사진이 공개됐고, 5월 1일에는 열병식 카드 섹션에 동원된 평양시 내 대학생, 청년들과 사진을 찍었다. 특히 이 땐 20장의 사진이 찍혔는데, 각 사진마다 1500~2000명에 달하는 인원이 동원된 것으로 추정됐다. 열병식 이후, 김정은이 북한 각계 주민들과 약 일주일 동안 찍은 1호 사진은 총 57장에 달한다.
북한 주민들에게 최고지도자와 함께 찍은 이른바 ‘1호 사진’은 각별한 의미를 갖는다. 최고지도자와 함께 사진을 찍은 것 자체가 신분보장이 되는 터라, 노동당 입당이나 상급학교 입학, 진급 등에서 가점을 받는다는 것이다. 김정은은 집권 이래 주민들과의 기념사진 촬영을 통해 내부 결속과 충성심을 유도하는 통치술을 자주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북한이 최근 직접 밝힌 바대로 북한에서 코로나가 속수무책으로 확산하고 있는 것은, 지난달 열병식 이후 진행된 이 같은 ‘사진 정치’ 행사가 바이러스 확산의 출발점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은 지난 12일 처음 코로나 확진 사례를 발표했다. 13일에는 조선중앙통신이 “12일 하루 동안 전국적 범위에서 1만8000여 명의 유열자가 새로 발생했고 현재까지 18만7800여 명이 격리 및 치료를 받고 있다”며 “열병이 수도권을 중심으로 하여 동시다발적으로 전파 확산됐다는 것은 우리가 이미 세워놓은 방역체계에도 허점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