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중 국경지역 북한 주민들이 철조망 옆을 지나고 있다./강동완 교수 제공

“AI 검열을 피해 차량으로 선양(沈諹)에서 난닝(南寧)까지 이동했지만 공안의 미행이 붙은 줄 몰랐습니다.”

탈북민의 활동을 지원하는 단체 관계자 A씨는 24일 본지에 “이달초 중-베트남 국경 지역인 중국 광시성 난닝 인근에서 한국행에 나선 탈북민 5명과 지원가·현지 브로커 여러명이 무더기 체포됐다”며 이 같이 말했다. 중국당국이 대중교통 이용자에 대한 인공지능(AI) 기반 안면인식 기술을 적용한 검색을 강화하면서 코로나 해빙기를 맞아 한국행에 나선 중국내 탈북민들이 잇달아 체포되고 있다. 중국AI가 탈북민의 씨를 말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탈북민 지원가들에 따르면 최근 중국에서 AI기술을 활용한 안면인식 기술의 적용으로 신분증이 없는 탈북민들은 중국내에서 버스·기차·비행기· 배 등 공공교통수단을 이용하기 불가능하다. 중국은 ‘코로나 19′ 팬데믹 이전에도 버스와 기차 등 대중교통 승객들의 신분증을 모두 태블릿을 통해 확인하면서, 대중교통을 이용한 동남아 탈북 루트 활용이 어려워졌다. 특히 코로나 기간 중국이 AI기술에 기반안 안면인식 기술을 공항과 기차·버스 등 대중교통 보안 검색에 적용하면서 신분증이 없거나 가짜 신분증을 사용하던 탈북민들의 대중교통을 이용한 중국 내 이동이 원천 봉쇄됐다고 한다.

탈북민 지원가들은 AI검문을 피하기 위해 개인 차량을 빌려 탈북민들을 태우고, 2~3명의 운전기사가 24시간 교대로 운전하며 중국 동북지역에서 동남아 국가 국경 지역까지 이동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공안은 통신감청과 스파이를 통해 탈북민들의 움직임을 파악하고, 출발지에서 체포하지 않고, 전 노정을 미행·감시하며 이들이 국경을 넘을 때 탈북민은 물론 지원가와 현지브로커 등 배후세력까지 일망타진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중국은 코로나 해제로 탈북민들의 한국행 움직임이 가시화 되자 이를 뿌리 뽑기 위한 초토화 작전을 펼치고 있다”며 “최근 한국행을 시도한 탈북민 그룹의 80%이상이 체포돼 비상이 걸렸다”고 했다. 최근엔 탈북민들이 중국에서 체포될 경우 우리 외교당국이 개입할 여지도 없이 바로 북송 대기소인 변방대 감옥으로 보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코로나 봉쇄가 해제될 경우 체포된 탈북민들에 대한 북송 우려도 제기된다.

이런 가운데 북중 국경 전역에 탈북 방지용 철조망과 감시용 CCTV가 설치돼 북한이 코로나 봉쇄를 풀어도 탈북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최근 1억원 가까이 상승한 탈북 비용도 탈북을 막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북한에서 중국으로 탈북하는 비용이 최소 5000만원 이상으로 오른데 이어, 중국에서 동남아로 이동하는 비용도 2000만원으로 코로나 이전보다 10배 넘게 상승했다.

통일부에 따르면 탈북민 입국자 수는 2019년까지 매년 1000명이 넘었지만, 코로나 확산 이후인 2020년에는 229명으로 급감했고 2021년 63명, 2022년 67명으로 100명 미만으로 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