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성용 납북자가족모임 대표

“대통령 초청으로 국가유공자 및 보훈 가족 초청 행사에 간다고 하니 다른 납북자 가족들이 ‘문재인 정부 때 납북자 문제를 외면해 서러웠는데 윤석열 대통령이 잘 챙겨줘서 고맙다’고 하더군요.”

최성용 납북자가족모임 대표 겸 전후납북자피해가족연합회 이사장은 14일 본지 인터뷰에서 “납북자 가족으로 대통령 주재 공식 행사에 초청받기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최 이사장의 부친 최원모씨는 평북 정주 출신으로 6·25전쟁 당시 미 극동군 사령부가 조직한 북파 공작원 첩보 부대 ‘켈로부대’의 선박대장으로 활약했다. 이후 1967년 6월 5일 연평도 근해에서 조업하다 북한군에게 납치됐다.

최 이사장이 이번 행사 참석 소식을 가장 먼저 전한 납북자 가족은 1977년 고등학교 수학여행 중 전라남도 홍도에서 납북된 이민교씨의 어머니 김태옥(91)씨다. 그는 “김씨가 2018년 문재인 대통령에게 ‘죽기 전에 아들 얼굴 한번 볼 수 있게 도와달라’는 내용의 편지를 보냈지만 아무런 답장이 없었다”며 “문 정부는 5년 내내 북한과 대화한다며 납북자 가족을 한 번도 만나주지 않고 거론하기조차 꺼렸다”고 했다.

그는 “과거 진보 정부에서 납북자를 납북자로 부르지 못하고 ‘전쟁 시기와 그 이후 소식을 알 수 없게 된 사람’으로 부르도록 한 것은 지나친 대북 저자세이고 직무 유기”라며 “납북자들이 평양에 살아 있다는 것이 확인된 상황에도 이들을 ‘유령’ 취급한 것은 가족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는 행위로 역사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했다.

최 이사장은 “미국은 북한과 대화하면서도 자국의 납북·억류자들을 데려오는데 우리는 한 명도 데려오지 못했다”면서 2000년 첫 남북 정상회담 후 우리 정부가 북한에 비전향 장기수 63명을 송환했을 때 얘기를 꺼냈다. 그는 “당시 납북자 가족 400명과 함께 길을 막았다. 요코타 메구미 납치범 신광수가 버스에 앉아 우리를 비웃던 모습이 평생 잊히지 않고 꿈에도 나타난다”고 말했다.

1977년 13세 때 납북된 메구미는 북한이 납치한 일본인 피해자의 상징적 인물이다. 북한 공작원 신광수는1985년 한국에서 체포돼 사형 판결을 받고 15년 가까이 복역하다 북한으로 인도됐다. 최 이사장은 “비전향 장기수 단체들이 우산대로 납북자 가족들을 찌르는데 경찰이 막지도 않더라”며 “응어리 맺힌 납북자 가족의 한을 풀어주기 위해 윤석열 정부가 관심을 갖고 노력해줘 위로가 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