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충일이자 절기상 망종인 지난 6일 오전 경기 파주시 오두산통일전망대에서 바라본 북한 황해북도 개풍군 임진강변 마을에서 주민들이 농사를 짓고 있다. /뉴스1

북한에서 식량 부족으로 이웃이 굶어 죽었다는 북한 주민들의 증언이 나왔다.

BBC는 14일(현지시각) 북한 전문 매체 데일리NK의 지원으로 평양과 중국 국경 근처 마을 등에 거주하는 일반 주민 3명을 인터뷰했다고 밝혔다.

이들 북한 주민들은 북중간 국경이 폐쇄된 이후로 굶어 죽거나 법 위반으로 처형당할까 봐 두렵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인터뷰에 묘사된 북한의 상황이 1990년대 ‘고난의 행군’ 이후 최악임을 시사한다고 말했다고 BBC는 전했다.

BBC에 따르면 평양에 사는 지연(이하 모두 가명)이란 이름의 한 여성은 집에서 굶어 죽은 세 식구에 대해 털어놨다. 그는 “물을 주려고 문을 두드렸지만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고 했다. 당국에서 안에 들어가 봤지만 이미 숨진 상태였다고 그는 전했다.

또 지연씨는 사람들이 살 수가 없어서 집에서 목숨을 끊거나 죽으려고 산으로 들어간다는 얘기를 들었다고도 말했다.

중국 국경 근처에 사는 건설 노동자 찬호씨는 극심한 식량 공급 부족으로 마을에서 5명이 굶어 죽었다고 말했다. 그는 “처음엔 코로나로 죽을까 봐 무서웠지만 이후엔 굶어 죽을까 봐 걱정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장마당에서 중국 밀수품을 파는 상인 명숙씨는 과거 장마당에서 팔리는 제품 4분의 3이 중국에서 왔지만 현재는 팔 수 있는 물건이 비어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수입이 대폭 줄었고 가족들과 먹을 음식조차 구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최근에는 배가 고픈 사람들이 음식을 구하기 위해 자신의 집 문을 두드리고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북한 경제학자 피터 워드는 “평범한 중산층의 이웃이 굶어 죽는 것은 매우 우려스럽다”며 “아직 전면적 사회 붕괴나 대규모 아사가 발생한 것은 아니지만 좋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북한 인권침해를 기록하는 NKDB의 송한나씨도 “지난 10∼15년간 아사 사례는 거의 못 들어봤다. 북한 역사상 가장 어려운 시기를 떠올리게 된다”고 말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풍요한 가을을 안아올 한 마음"으로 씨뿌리기 작업을 기술적 요구에 맞춰 하는 등 각지 농장이 농사를 잘 짓기 위한 경쟁 열의를 펼치고 있다고 보도했다. /노동신문 연합뉴스

한국 정부 발표에 따르면 코로나 사태 전에는 하루 1000명 이상이 압록강을 건너 중국으로 탈출했으나 명숙씨는 이제는 탈출이 불가능해졌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은 강에 가까이만 가도 가혹한 처벌을 받을 것이라서 아무도 건너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찬호씨는 친구 아들이 최근 비공개 처형을 여러 건 목격했으며, 건마다 3∼4명이 탈출 시도를 하다 잡혀 와서 처형됐다고 말했다. 그는 “매일 매일 살기가 더 힘들어진다. 한 번 잘못 움직이면 처형”이라며 “우리는 여기 갇혀서 죽기만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도 최근 식량 위기를 공개적으로 언급하는 등 상황의 심각성을 시사했지만, BBC는 그가 여전히 핵무기 개발을 우선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북한은 지난 한 해에만 탄도미사일 63발 발사시험을 했는데 이 비용은 5억달러(약 6375억원)가 넘는 것으로 추산됐다. 이는 북한 연간 곡물 부족량을 메꾸고도 남는 규모라고 BBC는 덧붙였다.

상황이 이렇자 북한에서는 김정은 위원장에 대한 신뢰는 물론 주민들끼리의 신뢰도 무너졌다고 주민들은 말했다.

지연씨는 감시와 단속이 너무 무자비해서 사람들이 서로를 믿지 않는다고 말했다. 지연씨도 2020년 12월 통과된 새로운 법률에 따라 외국 영화, TV프로그램, 노래를 소비하다 적발돼 체포된 적이 있다고 했다.

명숙씨는 “코로나 이전엔 사람들이 김정은을 긍정적으로 봤지만 이제 거의 모든 사람들이 그에 대한 불만으로 가득 차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