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평양의 대규모 주택단지에 입주할 주민들이 낮은 층을 얻기 위해 뒷돈 거래까지 하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착공식에 이어 준공식까지 참석하며 관심을 보인 곳이다. 통상 고층 아파트 3분의 2지점이 ‘로열층’으로 불리며, 햇빛이 잘 드는 높은 층을 선호하는 한국과는 정반대 현상이다.
북한 전문 매체 데일리NK는 지난달 30일 평양시 소식통을 인용해 “일부 평양시 주민들이 화성지구 2단계에 입주하기 위해 5개월 전부터 인민위원회 간부들과 돈거래를 했다는 소문이 나 법무부가 검열에 들어갔다”고 전했다.
화성지구 2단계는 1만 가구 규모의 주택 단지로, 지난달 16일 김정은이 참석한 가운데 준공식이 열렸다. 김정은은 착공·준공식을 직접 챙기며 평양 내 대규모 주택 건설에 힘을 쏟고 있다. 그는 지난해 2월 열린 화성지구 2단계 착공식에도 모습을 드러냈다.
김정은이 평양 주택 건설 사업에 힘을 쏟는 것은 낙후된 주거 시설을 개선하는 게 민심을 다독이는 데 효과적인 수단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작 입주할 주민들 사이에서는 주택 배정 문제를 두고 불만이 확산했다고 한다. 소식통은 “화성지구 2단계의 본격적인 입주를 앞두고 평양시 몇몇 주민들이 돈과 권력을 앞세워 인민위원회 간부들에게 접근해 금전을 주고받으며 주택 배정 문제를 거래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고 했다.
일부 주민은 주택 배정 과정에서 달러 거래가 이뤄진 정황이 있다면서 이를 입증할 수 있는 근거까지 제시했다고 한다. 이에 ‘화성지구 주택은 김정은의 배려에 의해 공급되는 것인데, 개인적으로 돈거래를 하는 행위는 김정은은 물론 평양 시민들에 대한 배신’이라는 내용의 신고가 접수됐다고 한다.
뒷돈 거래는 낮은 층을 배정받기 위함이었다. 이는 북한의 전력난과 연관되어 있다. 정전으로 승강기가 멈추는 경우가 잦아 고층은 살기 힘들다는 인식이 퍼졌고, 결국 힘없는 사람들이 주로 고층을 배정받았다고 한다.
그뿐만 아니라 고층에는 물 공급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물이 부족하면 식수뿐 아니라 대소변을 처리하는 것도 곤란해진다.
이로 인해 화성지구 2단계는 20~30층 안팎의 건물이 주를 이룬다. 2022년 “수도 평양의 제일 높은 살림집”이라며 송화거리의 80층 주택을 자랑한 것과는 달라진 분위기다.
북한에서는 초고층 입주자들이 모두 평범한 노동자들이라고 선전하지만, 정작 실거주자들이 저층을 선호하기 때문에 건물 층수를 낮춘 것으로 전해진다.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송화거리 완공 직후인 2022년 4월 “자주 정전이 되는 실정에서 80층 초고층 아파트에 산다는 건 언제든지 최악의 상황에 몰릴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