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특수작전군이 22일(현지 시각) 사살된 북한군 병사의 것이라며 텔레그램 채널에 공개한 군용 신분증. 러시아어로 된 신분증 서명란에 한글로 ‘리대혁’이라고 적혀 있다. 신분증에 구멍이 뚫려 있는데, 군사 전문가들 사이에선 “우크라이나군이 쏜 총알이 뚫고 간 흔적”이라는 추정이 나왔다. /우크라이나 특수작전군 텔레그램

우크라이나 특수작전군이 22일(현지 시각) 텔레그램에 북한군으로 추정되는 시신 3구와 이들에게서 입수했다는 위장 신분증 사진 3건을 공개했다. 우크라이나군은 “북한군이 소지한 신분증에는 김 칸 솔라트 알베르토비치, 동크 잔 수로포비치, 벨리에크 아가나크 캅울로비치 등의 러시아 이름이 적혀 있었지만, 서명란의 이름을 해독한 결과 병사들의 이름은 리대혁, 조철호, 반국진이었다”라고 밝혔다. 우크라이나군은 3개의 신분증에 사진과 발급 기관의 도장이 없고, 출생지가 나란히 세르게이 쇼이구 전 러시아 국방부 장관의 고향인 투바 공화국으로 표기됐다는 점에서 위조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군이 공개한 북한군 추정 사망자 신분증 서명란에는 유일하게 다른 종류의 필기도구를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한글 이름이 자필로 적혀 있었다.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가 북한군의 신분을 극동 지역 토착민으로 위조하고 있다고 주장해왔다. 우크라이나군은 “(자필 서명은) 병사들의 진짜 출신지를 드러내는 것”이라며 “이는 러시아가 타국 군대의 존재와 전선에서의 손실을 감추기 위해 온갖 수단을 동원하고 있음을 재확인시켜준다”라고 했다.

한편, 우크라이나 매체 RBC는 이날 우크라이나에 포로로 잡힌 일부 러시아 병사 심문 내용을 입수했다며 러시아 병사들이 파병된 북한 병사들에 대해 불만을 토로했다고 보도했다. 한 포로는 북한군에 대해 “이론은 부족하지만 훈련을 많이 한다”며 “그들은 무례하고, 일반 병사에게서 소총을 빼앗을 수도 있다”고 했다. 또 다른 포로는 북한 병사들이 무기를 부주의하게 다룬다며 “동료 병사의 다리에 총을 쏘거나 교관의 배에 총을 쏜 사례가 있다”고 진술했다. 또 언어 장벽으로 인한 문제를 토로하며 “솔직히 북한 병사들에게서 멀어질수록 조용해진다”며 “그들은 우크라이나 드론인지 러시아 드론인지 신경 쓰지 않고 날아다니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쏘아 대고, 격추하기까지 한다”고 말했다고 RBC는 전했다.

이와 관련 한국군 합동참모본부는 23일 브리핑에서 “북한이 러시아에 교대 또는 증원 파병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정원은 지난 19일 “북한의 추가 파병 가능성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했는데, 합참 발표는 이와 관련된 정보가 더 구체화했다는 뜻으로 보인다.

우크라軍에 사살된 북한군 ‘리대혁’ - 우크라이나 특수작전군이 22일(현지 시각) 쿠르스크 전선에서 북한군 3명을 사살했다며 공개한 시신 사진. 이 시신의 신분증 서명란에는 한글로 ‘리대혁’이 적혀 있었다. /우크라이나 특수작전군 텔레그램 채널

우크라이나 특수작전군이 북한군 추정 시신 3구 사진 등을 공개한 것과 관련해, 한국군 합참은 23일 언론에 ‘최근 북한군 동향’을 설명하며 “여러 출처의 정보·첩보를 통해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 중 1100여 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북한군 사상자가 늘어나면서 추가 파병이 임박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군 당국은 북한이 러시아에 240㎜ 방사포와 170㎜ 자주포 등을 지원한 데 이어 지난달 공개한 자폭형 무인기 등을 러시아에 지원하려는 동향도 포착했다고 한다. 김정은은 지난달 ‘자폭 공격형 무인기 성능 시험 지도’에 나서 “하루빨리 본격적인 대량생산에 들어가라”고 강조했었다.

합참은 북한이 지난 4월 발사했던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급 극초음속 미사일 개량형을 연내에 추가 발사할 가능성도 주시하고 있다. 극초음속 미사일은 타격 지점까지 마하 6 이상 속도로 날아들어 현존 무기 체계로 요격이 어렵다. 합참은 북한 고체 연료 탄도미사일 동체 생산·이동 징후, 내달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등 대내외 정치 일정 등을 고려할 때 북한이 연말 당 전원회의를 전후해 IRBM급 극초음속 미사일 등을 기습 발사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합참 관계자는 북한이 최근 군사분계선 일대 국경선화 작업에 병력 수천 명을 동원해 방벽·철책 작업에 속도를 내는 것이 감시 자산에 포착됐다고 밝혔다. 합참 관계자는 “북한군이 지난 6월부터 군사분계선 일대 철책 설치를 계속해왔고 총연장 40㎞에 달한다”고 했다. 반년 만에 약 248㎞에 이르는 전체 군사분계선의 6분의 1가량에서 국경선화 작업이 이뤄졌다는 것이다. 북한은 일부 지역에는 3중 철책을 설치했고, 일부 철책에는 최대 1만 볼트 전류를 흘려보내고 있다고 한다. 북한군이 일부 전기 철책 구간에 염소로 추정되는 동물을 갖다 대 성능을 시험하는 장면도 군 당국에 포착됐다. 북한은 비무장지대 북측 북방한계선 일대에는 대전차 방벽을 10㎞가량 조성했다고 군은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