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지난 16일 평양의 화성지구 4단계 1만세대 살림집(주택)건설 착공식이 성대하게 진행됐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7일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북한 김정은 정권에 대한 폭로를 이어온 리일규 전 쿠바 주재 북한 대사관 정치 담당 참사가 외교관으로 근무할 당시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처음 대면한 순간을 상세히 털어놨다.

리 전 참사는 2018년 11월 쿠바의 국가 수반급 정상인 미겔 디아스카넬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이 방북했을 당시 행사를 총괄했다. 디아스카넬의 방북은 사회주의 우방국과의 만남을 원하던 김정은에게 큰 기회로 여겨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김정은이 디아스카넬과 함께 뺨을 맞추고 진한 포옹을 나누는 등 환대하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이런 국가 행사를 총괄했던 리 전 참사는 지난 17일 방영된 채널A ‘이제 만나러 갑니다’에 출연해 당시 상황을 회상하며 “(김정은을) 준비 없이 만났다. VIP 라운지에서 대기했으면 마음의 준비라도 했을 텐데, 김여정(김정은 여동생이자 노동당 부부장)이 갑자기 활주로 점검을 요청했다. 동선을 살피고 복귀하니까 그 사이 김정은이 (라운지에) 들어와 있더라”고 했다. 그러면서 “김정은이 말을 걸지 않았으면 하는 심정을 갖고 있었다”고 했다.

그렇게 긴장한 채 현장에서 대기하던 리 전 참사에게 김정은이 먼저 말을 걸어왔다고 한다. 첫마디는 “야, 비행기 몇 시에 온다고?”였다고 한다. 리 전 참사는 “도착 예정 시간을 보고하니, 김정은이 ‘어느 나라 비행기를 탔냐’고 물어보더라”라며 “처음에는 긴장해서 (대답할 때) 목소리가 떨렸는데, 이 타이밍 이후부터는 긴장보다는 ‘실수하지 말아야 한다’ ‘정확한 답변을 드려야 한다’라는 생각으로 임무를 수행했다”고 했다.

리 전 참사는 김정은 실물을 상세히 묘사하기도 했다. 그는 “TV에서보다는 작은 느낌”이라며 “TV에서는 굉장히 크고 비대해 보이는데, 실제로는 좀 작다”고 했다. 이어 “얼굴이 굉장히 빨갛다. 이게 굉장히 특징적이었다. ‘술 마신 사람처럼, 왜 저렇게까지 빨갛지?’라는 생각을 했다”며 “손은 굉장히 통통하다. 손에 살이 많아서 손가락을 쭉 펴면 휘어진 듯 보인다”고 했다. 그러면서 “신이 아니다. 평범한 사람”이라고 했다.

리 전 참사는 김정은 호흡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옆에 있으면 덩달아 같이 숨 찬다. 색색하는 소리가 다 들린다”며 “분명하게 ‘건강한 사람은 아니구나’라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실제로 김정은이 어딘가 불편해 보이는 모습으로 숨 쉬는 모습은 여러 차례 언론 등을 통해 공개된 바 있다. 2018년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 때도 200m 정도를 천천히 걸으면서도 얼굴이 벌게지고 어깨까지 들썩이며 숨을 헐떡거리는 모습을 보였다.

한편 리 전 참사는 2023년 11월 탈북한 이후 북한에 대한 여러 폭로를 이어오고 있다. 북한 외교관 시절 확보한 외교 전문 12건을 정부에 제공하기도 했다. 그는 과거 요미우리신문과 인터뷰에서 탈북 이유에 대해 “외교관으로서 노동에 대한 정당한 보상이 없어 부당함을 느꼈고, 더 이상 이렇게 ‘봉사’할 순 없다고 생각했다”고 했다.